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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사천읍 관통 고가도로 건설 ‘뜨거운 감자’

입력 | 2019-01-09 03:00:00


부산국토관리청과 경남 사천시가 고가도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사천읍 수석5리 사거리. 인근 주민들은 여러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상권이 죽을 것 같아 고가도로 건설에 반대하는 서명을 했습니다.”

7일 오후 경남 사천시 사천읍 옥산로의 한 상가 주인 김모 씨(52)는 부산국토관리청, 사천시가 추진하는 수석5리 사거리의 고가도로 건설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불만이 잔뜩 섞여 있었다.

과거 철길이었던 국도 3호선의 수석5리 주변엔 상가가 밀집해 있다. 건축자재 판매상, 꽃집, 가전제품 대리점 등이다. 영화관, 주유소, 은행 점포도 있다. 교통량도 많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가까워 출퇴근 시간엔 차가 길게 밀린다. 최근 대형 아파트까지 잇따라 들어서면서 체증은 더 심해졌다.

이 때문에 몇 년 전부터 사천공항에서 사주사거리까지 삼천포항 방향으로 2km 구간의 교통 체증 해소 방안이 논의됐다. 송도근 사천시장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때 “이 교차로 주변에 필요한 교통 대책을 세우겠다”고 공약했다. 지하차도를 건설하는 방안이었다.

부산국토관리청 진주국토사무소는 고가도로와 지하차도 건설, 회전로터리 설치, 차로 추가 확보 등과 관련한 용역을 실시한 뒤 고가도로 설치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투자 대비 효율이 높다는 이유였다. 240억 원을 들여 2022년까지 330m 교량을 포함한 635m의 고가도로를 건설하는 계획이다. 지하차도 건설에는 425억 원, 차로 확장에는 70억 원, 회전교차로 설치에는 60억 원이 각각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극심한 주민 반대다. 지난해 말 사천읍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수석5리 사거리 입체횡단시설 설명회’에서 주민들은 한목소리로 고가도로 설치를 반대했다. 이들은 “고가도로로는 체증을 해소할 수 없고 상권도 죽는다. 다른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주민들은 ‘고가도로 설치 반대추진위원회’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한 시의원은 “고가도로가 생기면 조망권, 일조권이 훼손되고 소음도 작지 않다. 방음벽 등으로 도시 경관이 나빠지고 부동산 가격도 하락한다. 사천시가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청 관계자는 “고가차도는 시민 반대가 극심하고 지하차도는 주변 상가 건물에 피해가 생길 수 있다. 우회도로는 공사를 마치기까지 10년은 걸린다”는 의견을 내놨다. 예산도 문제지만 사천시가 먼저 민원을 해결해 주지 않으면 어떤 사업이든 추진이 어렵다는 태도다.

반면 허태중 사천시 건설도시국장은 “주무관청(국토청)이 적극 나서야 한다. 대안 마련보다는 (고가차도 설치와 관련해) 주민 의견을 하나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두 기관이 ‘핑퐁게임’을 벌이는 모양새다.

경찰 등에서는 다른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교차로 주변의 인도(人道)를 정비해 기존 편도 3차로에다 차로 1개를 더 확보하고, 사거리의 신호 체계를 개선하면 체증이 크게 해소될 수 있다는 것. 삼천포 방향 도로에서 KAI 2사업장으로 빠지는 새 도로만 내더라도 소통이 훨씬 나아질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 도로의 하루 평균 교통량은 4만8000대다. 체증은 출퇴근 시간 20∼40분에 집중된다. 따라서 고가도로 건설을 밀어붙이기보다 전문기관과 함께 회전로터리 설치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8일 오후엔 진주국토사무소에서 국토청과 사천시, 경찰 등 3자가 처음 만나 의견을 주고받았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