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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계획안은 좋은데…

입력 | 2018-12-29 19:41:00

4곳 모두 교통망·자족 기능 대책 마련했지만 난관 많아 현실화 관건






신도시 예정지로 지정된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 일원. [뉴시스]


정부가 약속한 대로 해가 바뀌기 전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2018년 12월 19일 국토교통부는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 및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 방안’을 내놓으면서 경기 과천·하남·남양주시와 인천 계양구 등 신도시 4곳에 주택 12만2000호를 공급하기로 약속했다. 

앞서 9·13 부동산대책 발표 당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수도권 택지에 30만 호 공급 계획을 내놓고, 일주일 뒤 1차로 17곳에 3만5000호 규모의 수도권 택지지구를 발표한 데 이은 후속조치다. 3기 신도시는 2019년 하반기 지구 지정을 완료하고, 2020년 지구계획 수립 및 보상에 착수해 2021년 분양될 예정이다. 완공 후 입주는 빠르면 2024~2025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경기, 인천 4곳에 12만2000호 공급

정부는 9월 발표 이후 석 달 동안 20만 호 이상 후보지를 확보하고 지방자치단체(지자체)와 협의가 끝난 곳을 공개했다. 이번에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곳은 △과천시 과천지구(7000호) △하남시 교산지구(3만2000호) △남양주시 왕숙지구(6만6000호) △인천 계양 테크노밸리(1만7000호) 등이다(표 참조). 이들 지역은 서울 경계로부터 2km 떨어진 곳으로, 대부분 훼손되거나 보존가치가 낮은 그린벨트가 포함돼 있다. 이 밖에 서울 32곳에 1만9000호, 경기 8곳에 11만9000호, 인천 1곳에 1만7000호 등 총 15만5000호 공급도 예고했다. 

일단 지역만 놓고 보면 3기 신도시의 입지는 나쁘지 않다. 공개된 4곳 가운데 물량이 가장 많은 남양주 왕숙지구의 경우 서울 노원·중랑구, 하남 교산지구는 강동·송파구, 인천 계양 테크노밸리는 강서구, 과천 과천지구는 서초·동작구와 인접해 있다(지도 참조). 

정부는 3기 신도시의 성공을 위해 교통망 확충 방안을 함께 내놨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광역교통망을 확충하고 기존보다 2배 이상 광역교통개선부담금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또 통상적으로 신도시가 들어선 후 교통망이 마련되지 않아 주민이 불편을 겪는 것과 달리, 3기 신도시는 기존 신도시보다 2년 빨리 교통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할 것을 약속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남양주 왕숙지구에는 △GTX-B노선역과 진접선 충양역 신설 및 Super-BRT(간선급행버스체계) 연결 △별내선 연장 지원 △경의중앙선 역 신설, 주변 상습 정체 교차로 입체화 △왕숙천변로 신설, 지방도383과 국지도86 확장 △수석대교 신설 등 5개 교통대책이 포함됐다. 물량이 가장 많은 만큼 교통 문제도 미리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하남 교산지구에는 서울지하철 3호선 연장과 서울양평고속도로 우선 시공, 단지 내 BRT 신설 등이 예정됐다. 인천 계양 테크노밸리에는 인천지하철 1호선~김포공항역 신교통형 S-BRT 신설, 과천 과천지구에는 GTX-C노선 조속 추진 등이 계획돼 있다. 

단순히 베드타운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자 ‘일자리를 만드는 도시’ 공약도 내걸었다. 기존보다 2배 이상 도시지원시설 용지를 확보해 벤처기업시설, 소프트웨어진흥시설, 도시형공장 등이 입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임차료를 시세의 20~60%만 내고 이용할 수 있는 기업지원허브를 조성해 스타트업도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남양주 왕숙1지구는 경제중심도시를 목표로 도시첨단산단 및 기업지원허브를 조성해 기업 유치를 꾀하고, 왕숙2지구는 문화예술중심도시로서 청년예술촌, 로스터리 카페거리 등 테마가 있는 문화거리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이외에 하남 교산지구는 기업지원허브·청년창업주택 배치, 인천 계양 테크노밸리는 기업지원허브·스타트업캠퍼스·청년창업주택 배치, 과천 과천지구는 복합쇼핑테마파크 조성 등이 개발 구상안으로 나와 있다.


○ “남양주는 지금도 교통지옥”

정부의 3기 신도시 공급 계획 발표 이후 전문가의 의견은 분분하지만 계획안만 놓고 보면 이상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향후 신도시 완성 여부를 떠나 교통 계획, 자족 기능에 대한 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다. 하남 교산지구만 해도 서울지하철 3호선 연장은 굉장히 현실성이 높다. 또한 100% 국공립유치원 설립 등 교육·육아 관련 인프라 구축 계획도 마련돼 수요자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정상적으로 실행만 된다면 분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부의 3기 신도시 공급 계획을 기다린 무주택 실수요자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거주하는 30대 주부 박모 씨는 “아이들이 점점 자라면서 환경이 좋은 신도시로 옮겨볼까 고민하던 차에 정부가 3기 신도시 발표를 예고해 기다렸다. 남편 직장이 서울 광화문 쪽이라 출퇴근이 편한 곳이라면 어디든 청약을 넣을 뜻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곳들은 과천을 제외하고 매력이 떨어진다. 과천도 7000가구밖에 되지 않아 신도시가 맞는지 의문이다. 이 밖의 지역은 대중교통이 마땅치 않아 남편이 승용차로 출퇴근해야 할 것 같은데, 상상만 해도 진이 빠진다”고 말했다. 

정부가 교통망 확충안을 함께 발표했지만 박씨처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 더 많은 분위기다. 1·2기 신도시 공급 당시에도 아파트가 들어서고 한참 후에야 교통망이 마련돼 불만이 컸기 때문이다. 심지어 2기 신도시 중에는 아직도 당초 약속했던 교통망이 확충되지 않아 주민들의 분노를 사는 곳도 있다. 

3기 신도시 발표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택지지구가 모두 서울 도심에서 30분 내 접근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온라인 포털사이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서울 경계까지 30분 내 접근 가능한 것 아니냐’ ‘장관이 차를 몰고 남양주, 하남, 인천에서 출근을 한번 해봐야 한다’ ‘남양주는 지금도 다산지구, 별내지구 입주로 아침마다 교통지옥’ 등의 비난이 빗발쳤다. 

특히 남양주 왕숙지구 교통 방안으로 발표된 GTX-B노선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다. GTX는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대심도(大深度) 도심 고속전철로 지하 40m 깊이에 터널을 뚫어 최고 시속 180km로 달리는 광역교통시설이다. 서울을 관통해 경기의 동서남북을 이어줄 미래형 교통망으로 평가된다. 정부가 왕숙지구에서 서울역까지 15분이 걸린다고 발표한 것은 GTX-B노선을 염두에 둔 결과다. 

그나마 GTX-A노선은 속도를 내 2018년 12월 12일 사업시행자 지정 및 실시협약에 대한 심의가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심의위원회에서 통과되고 27일 착공식을 가졌다. 계획대로 공사를 진행하면 2023년 말 개통돼 파주?일산?삼성?동탄 등 총 83.1km 구간, 10개 정거장을 평균 시속 100km로 달리며 수도권 남북을 잇게 된다. 그에 반해 GTX-B노선은 현재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라 결정 기한이 2019년 하반기로 연기됐다. 6조 원의 공사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대형사업이라 언제 착공할지도 미지수다.

○ 제2의 판교? 과연 가능할까

이번 3기 신도시 공급안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일자리를 만드는 도시’ 슬로건 아래 주택용지의 3분의 2가 도시지원시설 용지로 공급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각 지구마다 자족용지의 크기 비교 대상으로 판교테크노밸리를 내세웠다. 남양주 왕숙지구에는 판교 제1테크노밸리 2배 규모의 자족용지 약 140만㎡, 하남 교산지구에는 1.4배 규모의 자족용지 약 92만㎡, 인천 계양 테크노밸리에는 1.4배 규모의 자족용지 약 90만㎡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판교테크노밸리를 기준으로 발표한 것은 그만큼 판교가 1·2기 신도시 가운데 가장 자족 기능이 높은 성공 사례로 꼽히기 때문이다. 윤지해 연구원은 “분당과 일산 등 1기 신도시 공급 당시에는 정부가 자족 기능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 반면 2기 신도시 때부터 일부 지역에 자족도시 계획을 마련했다. 그런데 규모 면에서 판교가 가장 컸고 성공했다. 지금 보면 3기 신도시에 모두 판교 규모를 뛰어넘는 자족용지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것이 활성화만 되면 발전 가능성이 높은 신도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3기 신도시 자족 기능에 의문이 따른다. 판교의 경우 강남 접근성이 좋아 이주 수요가 상당했을뿐더러, 네이버를 비롯한 정보기술(IT) 기업과 대기업이 대거 본사를 이전할 정도로 교통과 주거환경 인프라가 매우 이상적이었다. 이런 가운데 2019년에는 판교에 제2테크노밸리가 준공될 예정이라 일자리가 종전 7만여 개에서 14만여 개로 2배가량 늘어나 도시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점쳐진다. 

반면 자족용지 공급이 예정된 3기 신도시 3곳 중에서는 기업들이 요충지를 옮기고 싶어 할 정도로 지리적으로 매력 있는 곳을 찾기가 힘들다. 물론 정부가 3기 신도시 자족용지에 들어서는 기업에 5년간 취득세 50%, 재산세 35% 감면 등 세제 혜택을 제공하기로 약속했고, 자족용지 인근에 청년창업주택을 배치해 직주근접 환경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힌 만큼 이전을 고려하는 기업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판교나 마곡지구에 둥지를 튼 기업들과 비슷한 규모의 기업이 3기 신도시에 들어설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따른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신도시 자족 기능을 높이려면 첨단산업시설이 들어서야 한다. 판교는 IT에 강점을 두고 혜택을 지원하는 등 정부 차원의 노력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신도시 하나를 먹여살릴 만한 산업 규모를 가진 기업이 많지 않을뿐더러, 3기 신도시를 기업 이전 후보지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 정부가 왕숙2지구를 문화예술중심도시로 만들겠다고 하는데, 이 역시 서울에 제2의 예술의전당도 추가로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연 가능할까 싶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3기 신도시 대상지와 인근 지역 주민의 반발도 걸림돌로 예상된다. 통상 신도시 계획이 발표되면 택지지구 수용과 개발 과정에서 집단 반발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이번에도 3기 신도시 발표 닷새째인 2018년 12월 24일, 경기 남양주 주민 등 ‘남양주 개발제한구역 국민대책위원회’ 소속 300여 명이 남양주시청 앞에서 신도시 개발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붉은 머리띠를 두른 채 ‘왕숙1·2지구 강제수용 결사반대’ ‘맹목적 개발제한 철폐’ 등이 쓰인 손팻말을 들고 농성을 벌였다. 

농성에 참여한 사람은 대부분 신도시가 들어설 예정인 왕숙지구 일대에서 농업, 창고임대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왕숙지구가 조성되는 남양주시 진접읍, 진건읍, 양정동 등은 지난 48년 동안 그린벨트로 묶여 있었다. 이번 3기 신도시 지정으로 쫓겨나게 생겼다. 헐값 보상에 따른 강제 수용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2018년 12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 및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 GTX는 ‘Great Train Express’의 줄임말로, 지하 40m에 건설된 터널 속을 최고 시속 180km로 달리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다. [뉴시스, 사진 제공 · 경기도청]


○ 주민 반발, 사업성 평가 등 걸림돌

왕숙지구 인근 주민의 반발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왕숙1지구 남쪽으로는 다산지구, 서쪽으로는 별내지구가 자리한다. GTX-B노선이 개통되면 별내지구를 거쳐 왕숙1지구를 통과하게 되지만 개통 예정 시기조차 미정이다. 다산지구도 대중교통편이 마땅치 않다. 경의중앙선이 다산지구 남쪽을 지나가고 도농역이 마련돼 있지만 접근성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대부분 승용차를 몰고 출퇴근하느라 교통체증이 심각하다. ‘다산신도시 총연합회’는 2018년 12월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남양주의 교통지옥을 해소할 실질적 대책은 미확정된 GTX-B노선뿐인데 이것이 실현된다는 보장이 없다. 

3기 신도시까지 들어서면 교통체증은 더욱 심화할 것이 뻔한데 서울지하철 6호선과 9호선의 연장 등 현실 가능한 추가 교통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기 신도시 주민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3기 신도시 지정으로 피해를 입을 것을 걱정하는 2기 신도시 관련 청원이 2018년 12월 말 현재 100여 건 올라와 있다. 대부분 ‘2기 신도시 죽이는 3기 신도시 개발 멈춰달라’ ‘2기 신도시 빈집 넘치는데 3기가 웬 말이냐’ ‘2기 신도시 바로 옆에 3기 신도시 공급하는 것은 졸속 행정’ 등 정부 대책 비난형 청원이다. 

이런 가운데 3기 신도시의 사업성을 놓고 현실화 가능성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2010년 이명박 정부 당시 대표적 서민주거정책인 보금자리주택지구로 경기 광명·시흥지구가 지정됐다. 하지만 4년 뒤 국토교통부는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공공주택지구(옛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을 해제했다. 당시 주택시장이 침체돼 사업성이 없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재원이 부족해 사업은 백지화됐다. 각종 부동산 관련 지표를 비롯한 전문가 전망이 2019년 수도권 부동산시장 침체를 예견하는 가운데 3기 신도시의 사업성도 광명·시흥지구와 마찬가지로 도마에 오를 수 있다. 

서울 대체 여부에 대해서도 말이 나온다. 2017년과 2018년 서울 집값이 급등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서울 내 아파트 공급 부족이 꼽힌다. 수도권에 신도시를 짓는다고 일산, 분당 등 1기 신도시 때처럼 서울 수요가 분산될 가능성은 낮다. 고종완 원장은 “서울시 도심기본계획을 보면 강남-광화문-여의도를 3대 도심으로 분류한다. 이곳에 기업과 관공서가 몰려 있어 서울에서도 이쪽으로 출퇴근이 용이한 지역 위주로 집값이 급등했다. 이번 3기 신도시 가운데 과천과 하남은 그나마 강남과 인접해 서울 대체 주거지 기능을 할 수 있다. 인천 계양 테크노밸리도 마곡지구의 수요가 분산될 수 있다. 그러나 공급 물량의 절반이 넘는 남양주 왕숙지구는 이미 다산·별내지구가 있고 도심권 접근성도 떨어져 사업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170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