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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해군, 동해 표류 北어선 구조… 日 “韓 레이더, 우리 초계기 조준”

입력 | 2018-12-22 03:00:00

4, 5명 승선자 중 일부는 사망… 생존자들 北귀환 의사 밝힌듯
軍 “선박 수색과정 레이더 가동… 지나던 초계기 맞아 생긴 오해”




북한 주민들이 탄 소형 어선이 동해에서 조업 중 장기 표류하다 우리 군과 해경에 구조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구조 당시 북한 주민 일부는 숨진 상태였고, 나머지 주민도 아사(餓死) 직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구조에 참가한 우리 해군 함정이 화기(火器) 레이더로 인근을 지나던 자국의 해상초계기를 조준했다고 항의했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 선박을 구조하려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21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20일 동해 대화퇴어장에서 북한 어선 1척이 우리 해군과 해경 당국에 구조됐다. 북한 어선은 1t 미만의 소형 목선으로 구조 당시 배에는 북한 주민 4, 5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된 북한 주민 중 1, 2명은 이미 숨을 거둔 상황이었고, 나머지 주민들도 오랫동안 물과 음식을 섭취하지 못해 몸 곳곳에 앙상한 뼈마디가 드러날 정도로 탈수 증세가 심각했다고 한다. 한 소식통은 “시신의 상태와 생존자의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최소 3주 이상 해상에서 표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북한 어선은 표류 중 인근을 지나던 다른 선박이 발견해 구조 신호를 보냈고, 이를 접수한 우리 군은 해군 함정(구축함)을 투입해 밤늦게까지 구조 작업을 벌였다.

구조된 북한 주민들은 인근 병원에서 치료 후 관계당국의 합동신문을 받을 예정이다. 북한 주민들은 조업 중 기상 악화로 표류했다면서 귀순 의사를 표명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북한 주민들은 완쾌되는 대로 북한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방위상은 이날 저녁 기자회견에서 “한국 해군 함정이 전날 오후 이시카와(石川)현 노토(能登)반도 인근 해상에서 화기 통제 레이더로 해상자위대의 P1 초계기를 겨냥했다”고 말했다. 이어 “화기 레이더 발사는 실제 화기 사용 전에 하는 행위로 예상치 못한 사태를 부를 수 있는 극히 위험한 행위”라며 “사태의 중대성을 감안해 한국 정부에 강력 항의했다”고 말했다.

방위성은 홈페이지에서도 “한국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해상자위대 제4항공군 소속 P-1 초계기에 화기관제 레이더를 쐈다”고 전했다. NHK는 복수의 방위성 간부가 “한국군과의 사이에서 이러한 문제가 일어난 적은 없었다”며 “한국군 측의 의도를 자세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우리 군은 해군 함정이 정상적 작전활동 중 레이더를 운용했지만 일본 해상초계기를 추적할 목적으로 운용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한 소식통은 “조난 접수를 하고 현장에 출동한 해군 구축함이 북한 어선을 탐색하기 위해 레이더를 가동했고, 그 경위를 주한일본무관을 통해 사전 설명한 걸로 안다”고 전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