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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기업이 불어넣은 도시의 生氣… 이제 도시가 기업을 춤추게 하라

입력 | 2018-12-19 00:00:00


경기 평택시는 최근 10년 부침의 양극단을 오갔다. 2009년 쌍용자동차 대주주였던 상하이자동차가 경영권을 포기하면서 쌍용차 평택 공장 대량 해고사태가 났고 협력업체 도산도 속출했다. 수그러들던 지역 경제는 2015년 삼성전자가 반도체공장 건설을 착공하면서 극적으로 반전했다. 2015년 3.0%이던 평택의 실업률은 이듬해 1.8%로 떨어졌다. 2015년 SK하이닉스 신규 생산라인이 들어선 이천, 2010년부터 LG디스플레이가 설비투자를 늘려온 파주 등은 대표적인 기업 중심 도시로 꼽힌다.

2008년 이후 대기업이 꾸준히 투자해온 평택 서산 파주 이천 아산 등의 평균 고용률(2008∼2016년)은 60.1%로 전국 평균(59.5%)을 웃돌았다. 기업의 투자가 지방자치단체 일자리 창출과 직결된다는 사실이 지표로 입증된 셈이다. 동아일보가 ‘기업이 도시의 미래다’를 주제로 2019년 신년기획 시리즈를 연재하는 것도 기업이 지역사회와 국가에 기여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기업이 활력을 잃으면 지자체도 힘을 잃는다. 한국GM 공장 폐쇄가 결정된 군산, 두산중공업이 탈원전 정책의 직격탄을 맞은 창원, 조선업 경기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거제 등이 그렇다. 아마존 제2본사 유치를 위해 북미 238개 도시가 경합을 벌인 것이나 일본이 ‘유턴 기업’을 늘리기 위해 수도권 규제완화와 국가전략특구를 도입한 것도 기업이 지역과 국가경제에 미치는 중요성을 인식한 결과다.

정부는 2004년 기업도시개발특별법을 제정해 민간 기업이 지역사회의 산업과 주거, 문화시설 등의 개발을 주도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실제로 대규모 투자에 나선 기업은 많지 않다. 도시조성비 10%를 자기자본으로 확보하도록 하는 등 기업 부담이 큰 데다 기존 산업단지에 비해 지원도 큰 차이가 없는 탓이다. 인건비, 고용유연성 등 노동 환경까지 고려하면 해외 생산거점보다 나을 것이 없다. 지방세 감면, 인프라 지원 등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도시를 살리려면 기업 하기 좋은 도시부터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도시도, 나라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