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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성탄영화 논란, 기분 나쁘다”

입력 | 2018-12-18 03:00:00


영화 ‘다이하드’. ‘캔트웨이트포 크리스마스’ 팟캐스트 웹사이트 화면 캡처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다음 주 화요일은 크리스마스(25일)입니다. 최근 미국 연예잡지 ‘할리우드 리포터’ 조사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시즌에 TV에서 가장 많이 방송되는 특집 영화는 ‘다이하드(Die Hard)’라고 합니다. 저도 미국에서 체류할 때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마치 사골 우려먹듯이 ‘다이하드’가 이 채널 저 채널에서 방송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 오면 소셜미디어 등에선 ‘다이하드’ 논쟁으로 뜨겁습니다. 논쟁의 핵심은 과연 ‘다이하드’를 ‘크리스마스 영화’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죠. 사실 크리스마스는 영화의 시간적 배경일 뿐 핵심 줄거리와는 상관이 없으니까요.

△“I do get offended, because what is your benchmark?”


‘다이하드’의 각본가 스티븐 드 수자 씨는 일부에서 거론되는 “‘크리스마스 영화가 아니다’는 주장이 기분이 나쁘다(get offended)”고 합니다. ‘다이하드’는 크리스마스가 배경이니 당연히 크리스마스 영화라는 거죠.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당신들에게 (크리스마스 영화의) 기준은 무엇이냐”고 쏘아붙입니다.

△“‘Die Hard’ fails that test quicker than you can say, ‘Yippee-ki-yay’.”


할리우드 유명 영화평론가 레너드 마틴 씨는 크리스마스 영화인지 아닌지 판단하려면 ‘크리스마스가 영화 스토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가’에 대한 테스트를 해봐야 한다고 합니다. 그 테스트에서 ‘다이하드’는 빠르게(따져볼 필요 없이) 불합격이라는 것이죠. ‘Yippee-ki-yay’(‘이피 카이 야이’라고 발음)라는 단어를 말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한순간에 불합격이라는 겁니다. 이 단어는 브루스 윌리스가 극중에서 작전 개시 전에 말하는 대사입니다. ‘신난다’라는 뜻으로 과거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감탄사였다고 하죠.

△“‘Die Hard’ is not a Christmas movie!”

논란을 평정하고자 브루스 윌리스가 나섰습니다. 그는 올해 7월 “‘다이하드’는 크리스마스 영화가 아니다!”라고 선언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실 ‘다이하드’는 1988년 7월에 개봉했습니다. 그렇지만 일부 팬들은 동의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화이트 크리스마스’(1954년 개봉) 등 다른 크리스마스 영화들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하지 않았다는 거죠. 어느 쪽 말이 맞는다고 보시나요.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