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어 꼽히는 대한항공 정지석
정지석이 11일 2018 동아스포츠대상 남자배구 부문 수상자로서 유니폼 대신 정장을 차려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올 시즌 공수에 걸쳐 최고의 활약을 하고 있는 그는 “많은 관심 때문에 주춤한 적도 있었지만 이제 마음 정리를 다했다. 앞으로 더 좋은 활약을 선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전에는 배구만 잘하면 될 줄 알았는데….”
11일 동아스포츠대상 수상자로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만난 대한항공 정지석(23·레프트)은 남자배구 부문 최고 선수로 뽑혀 상을 받은 뒤 “배구만 잘한다고 받는 상이 아닌 걸 안다. 정말 영광스럽다”며 활짝 웃었다. 하지만 “어렸을 땐 배구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올 시즌 부담이 참 많았다”며 잠시 난감해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올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정지석은 개막 전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시즌 개막 전 미디어데이 당시 대한항공을 뺀 3개팀(삼성화재 OK저축은행 한국전력) 감독은 입을 모아 가장 데려오고 싶은 선수로 정지석을 꼽았다. 시즌 후 에어컨리그에서 치열하게 벌어질 ‘정지석 쟁탈전’을 시즌 전부터 예고한 셈. 정지석은 “순간 ‘내가 이 정도였어?’라고 되물을 정도로 놀랐다”고 말했다.
정지석 본인은 의아해하지만 그의 성적을 보면 모든 감독이 탐낼 만하다. 올 시즌 정지석은 공격 부문에서 외국인 선수 몫을 하고 있다. 득점은 275점으로 전체 6위, 공격은 58.31%로 2위, 서브는 세트당 0.381개로 5위다. 후위공격은 2위에 4%포인트 이상 앞서는 1위(68.06%)다.
자연스레 정지석에 대한 관심은 ‘시즌 후’로 쏠린다. 일각에서는 V리그 최고 연봉을 받는 한선수(6억5000만 원·대한항공)를 넘어 10억 원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예측까지 나온다. 정지석은 “시즌 전만 해도 FA가 되는 걸 ‘살짝’ 기대했는데, 질문이 쏟아지고 머릿속에 맴돌다 보니 몸도 마음도 위축됐다”고 말했다. 이는 팀 성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2라운드 전승을 노리던 대한항공은 라운드 막판 주춤하며 2위로 내려앉기도 했다.
“경기까지 지고 안 풀리는 날엔 혼자 이불 속에 들어가서 ‘이불킥’을 하며 엉엉 울기도 했어요.”
잠시 방황(?)하던 그를 다잡아준 경기가 9일 우리카드전이었단다. 세트스코어 0-2로 패색이 짙던 대한항공은 3세트부터 정지석, 가스파리니가 살아나며 3-2 역전승을 거두고 선두 자리도 되찾았다. 정지석은 “3세트를 이기고 전광판을 본 순간 ‘오늘 경기도, 시즌도 많이 남았는데 이렇게 헤매나’라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날 1, 2세트까지 6득점에 그쳤던 그는 3∼5세트에서 14점을 올리며 역전을 이끌었다. 13일 선두 경쟁을 벌이는 현대캐피탈과의 맞대결에서도 양 팀 최다인 22점으로 3-1 승리를 견인했다.
“‘FA 잡념’은 이제 접었습니다. ‘부상 안 당하고 지금처럼만 하자’가 목표예요. 제가 멘털은 센 편이라 며칠 푹 자고 나니까 마음 정리도 확실히 됐어요. 경기장 안팎에서 활약할 제 모습 지켜봐 주세요. 하하.”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