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허치슨 뉴질랜드 오타고대 교수
콩팥병 분야 권위자인 콜린 허치슨 뉴질랜드 오타고대 명예부교수가 5일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에서 혈액투석치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초고령사회 한국, 혈액투석 환자 세계 2위
반면 뇌사자의 콩팥을 이식받는 환자는 전체 혈액투석 환자의 1% 수준이다. 콩팥병 환자 대다수가 콩팥 이식을 받지 못한 채 한 번에 4시간가량 걸리는 혈액투석을 매주 3차례, 남은 생애 동안 받아야 하는 것이다.
허치슨 교수는 혈액투석 환자의 증가가 국가 의료비 지출에도 큰 부담을 준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5년 혈액투석에 따른 건강보험 진료비는 2조5000억 원이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 전원에게 월 10만 원씩 아동수당을 줄 수 있는 예산(2조1627억 원)보다 더 많다.
혈액투석 환자가 빠르게 늘고, 많은 비용이 드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혈액투석의 효과다. 체외투석기인 인공콩팥의 투석막(필터)이 입자가 큰 독성물질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베타-2 마이크로글로불린’과 간 독성을 지닌 ‘미오글로빈’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혈액투석 치료 후 사망원인 중엔 급성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의 비중이 45%로 가장 많다.
○ 큰 독성물질도 걸러내야 합병증 예방
허치슨 교수는 최근 10년간 입자가 큰 독성물질을 더 잘 걸러내는 필터를 쓴 ‘확장 혈액투석 치료법(HDx)’을 연구해 왔다. 몸에 필요한 ‘알부민’ 등 단백질은 유지시키면서 다른 독성물질은 2∼5배 수준으로 걸러내는 신기술이다.
HDx를 혈액투석 환자에게 적용한 결과 하지불안증후군(자다가 무의식적으로 발을 움직여 중간에 깨는 증상) 위험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등 효과가 나타났다. 운동 능력을 측정하는 ‘6분간 걷기’ 시험에선 환자들이 평균적으로 50m 이상 더 걸을 수 있었다. HDx는 지난해 초 국내에 들어왔지만 이를 도입한 병원은 아직까지 많지 않다.
허치슨 교수는 “혈액투석 환자들은 반드시 의료진이 권하는 대로 달거나 짠 음식을 줄이고, 소변량이 줄어들기 시작한 중증 콩팥병 환자는 입자가 큰 독성물질까지 걸러낼 수 있는 치료법을 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