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마주 투 코리아…’ 등 최영섭 작곡가 구순잔치 잇달아 암투병 돕기 모금운동도 펼쳐
가곡 ‘그리운 금강산’을 작곡한 최영섭 씨(왼쪽 사진)가 12일과 20일 각각 인천 엘림아트센터와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인천 시민들이 마련한 음악회에 참석한다. 인천문화예술회관 야외광장에는 그리운 금강산을 기리는 노래비가 있다. 새얼문화재단 제공
국민 가곡 ‘그리운 금강산’을 지은 최영섭 작곡가(90)는 지난해 7번째 가곡집을 펴낸 데 이어 기악곡 정리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최 작곡가는 10일 “세계 최고 기록인 슈베르트의 600여 곡보다 많은 700여 곡의 가곡을 작곡했다”며 “앞으로 1년 안에 기악곡을 총 정리하는 작업을 마치겠다”고 말했다.
그의 고향 인천에서 최 작곡가의 구순을 기념하는 음악회가 잇따라 열린다. 또 서울 은평구에 사는 최 작가가 귀향을 희망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기악곡 정리 작업 직후 ‘인천 무대’를 마련하기 위한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광고 로드중
아여모는 10년 넘게 암 투병 중인 최 작곡가를 돕기 위한 모금 운동도 펼치고 있다. 1년 전부터 정기 후원 모금계좌를 개설해 매달 성금을 내는 후원회원 60여 명을 모집했다. 이 단체는 최 작곡가가 귀향 이후 거처할 공간을 물색하는 한편 고향에서 후배들과 음악 감상 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인천 강화도에서 태어난 최 작곡가는 인천 창영초등학교와 인천중학교를 거쳐 서울 경복고, 서울대 음대를 졸업했다. 오스트리아 빈국립음대 대학원 지휘과정 석사를 마쳤고, 1960대 초 동아방송 개국 때부터 음악 방송을 진행했다.
그는 불후의 명곡으로 꼽히는 ‘그리운 금강산’을 1961년 8월 26일 인천에서 작곡했다. 이 당시 인천여중·고교 음악교사를 지내면서 인천시합창단과 한국 최초의 감리교회인 인천 중구 내리교회 성가대를 지휘했다. 최 작곡가는 “1960년대 현 미추홀구청사와 가까운 논밭 투성이의 숭의동 집에 살면서 그리운 금강산을 지었다. 어려운 살림을 할 때 만든 곡으로 아직까지 먹고사는 것 같다”고 회상했다.
최 작곡가는 2017년 인천시로부터 ‘올해의 인천인’으로 선정됐고, 앞서 ‘인천을 빛낸 위대한 100인’으로도 선임됐다. 인천시가 각계 분야에 걸쳐 조사한 위대한 인물 100명 중 유일한 생존자다. 그는 1959년 인천시 문화상, 2009년 대한민국문화훈장을 받았다.
광고 로드중
새얼문화재단은 2000년 인천문화예술회관 야외 광장에 그리운 금강산의 가사와 음표를 돌에 새긴 노래비를 세웠다. 노래비 앞에 버튼을 누르면 아무 때나 그리운 금강산을 들을 수 있는 음향장치를 최근 설치했다. 최 작곡가는 “고향에 돌아가면 후배들이 주도하는 음악감상회에서 가끔 음악해설을 하고 싶은데, 무엇보다 건강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