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이면 대한민국의 1인당 국민소득(GNI)이 미화 3만 달러를 돌파한 3만1000달러대에 이를 것이라는 게 한국은행의 추산이다. 인구는 이미 5000만 명을 넘었으니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30-50클럽’에 세계에서 7번째로 가입할 것이 확실시된다. 현재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6개국만이 속한 ‘30-50클럽’에 도달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선진 부국(富國)이면서 인구 및 경제 규모를 함께 갖춘 강국(强國)의 대열에 올라섰다는 의미다.
한국이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달성한 것은 1995년이었다.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이란 치적을 이루기 위해 당시 김영삼 정부가 달러로 측정되는 국민소득을 높이려고 한국 원화의 가치를 무리하게 높게 유지한 측면이 있었다. 1996년 OECD 가입은 달성했으나 그 이듬해인 1997년 외환위기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라는 경제 참사를 맞았다.
국민소득 1만 달러 이후 11년간 한국 경제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위기를 기회로 돌리는 데 성공해 2006년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2년 뒤 뜻하지 않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한국 경제는 다시 위기를 맞았고 이를 다시 극복하면서 3만 달러 고지에 올라서는 데 12년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국민소득이 3만 달러까지 올라갔지만 국민 전체 삶의 질이 그만큼 따라 좋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상대적 빈부격차는 갈수록 더 벌어져 심각한 사회갈등의 요인이 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소득주도성장으로 오히려 고용참사를 불러오고 하위계층의 소득이 줄면서 기대와는 정반대로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기존 30-50클럽 6개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미 세계 강국들이었다. 이후 독립한 국가 가운데 30-50클럽에 가입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하지만 일본이 3만 달러에 진입한 1990년대 초부터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국이 경제 체질을 개선해 3만 달러를 넘어 4만 달러까지 진입하느냐, 아니면 더 이상 동력을 잃고 추락하느냐는 앞으로 몇 년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