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물질 탐색, 다시 춘추전국시대
지구에서 22억 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아벨 1689’ 은하단을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촬영한 영상이다. 가운데에 마치 렌즈로 확대한 듯 은하 분포가 둥글게 왜곡돼 보이는 부분이 눈에 안 보이는 암흑물질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이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 부연구단장과 하창현 연구위원팀은 국내외 15개 기관 소속 50명의 연구자가 참여하는 국제연구팀인 ‘코사인-100’을 주도해, 유력한 암흑물질 후보인 ‘윔프(WIMP)’ 입자를 검출할 수 있는 실험 장치를 독자적으로 구축했다. 윔프는 고(故) 이휘소 박사가 처음 개념을 제안한 가상의 입자로, ‘약한 상호작용을 하는 무거운 입자’를 의미한다.
연구팀은 강원 양양 지하 700m 지점에 106kg의 고순도 요오드화나트륨 결정을 만든 뒤, 이를 이용해 암흑물질을 검출할 수 있는 실험 장치를 만들었다. 이론에 따르면, 윔프는 초속 수백 km로 우주에서 지구로 날아와 지구를 통과한다. 윔프는 비록 물질과의 반응성이 매우 낮지만, 요오드화나트륨 결정을 통과하면서 아주 드물게 원자핵과 부딪치며 빛을 낸다. 이 빛을 실제로 관측한 뒤 이론에서 예측된 빛의 발생 빈도와 비교하면 정말 윔프가 존재하는지 밝힐 수 있다. 연구팀은 2016년부터 실제로 윔프의 존재 여부를 관측하고 있다.
광고 로드중
이번에 코사인-100 연구팀은 관측 시설을 처음 가동한 2016년 말 약 60일 동안 모은 데이터를 분석해 20년 만에 처음으로 다마 팀의 연구 결과를 정교하게 교차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 다마 팀의 결과가 옳다면, 데이터를 분석한 60일 동안 윔프와 원자핵의 충돌에 의한 빛 신호가 1200개 검출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윔프의 신호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연구팀은 다마 팀이 관측한 신호가 윔프의 신호가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결론 내렸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5일자에 발표됐다.
이번 연구로 암흑물질 탐색 연구가 다시 춘추전국시대로 돌아갔다. 현재 암흑물질 후보에는 윔프 외에도 보다 가볍고 매우 많은 수가 뭉쳐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입자인 ‘액시온’과 ‘비활성 중성미자’가 존재한다. 이번 연구 결과로 액시온 및 비활성 중성미자 역시 암흑물질의 후보 자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은 현재 강원 정선 지하 1100m에 건설 중인 새로운 지하 관측시설도 완공해 더 정확하게 암흑물질 탐색에 나설 계획이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