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후 10시 서울 서초구의 A 아파트 단지 지하 주차장. 기자가 차를 몰고 주차장을 돌아다니자 주차장 구석에 세워져 있던 두 대의 차량이 움직이더니 기자에게 접근했다. 운전자는 출장 세차 브로커가 고용한 직원들이다. 새로운 세차업체가 주차장에서 세차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매일 밤 ‘보초’를 선다.
서울 강남권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세차권을 둘러싸고 ‘세차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세차권은 아파트 주차장에서 입주민 차량을 외부 세차 업체가 세차를 해주고 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 새벽 보초에 폭행 벌이는 ‘세차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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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수천 가구 규모의 아파트에서는 1, 2개의 세차 업체가 세차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한다. 이 때문에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는 기존 업체와 신규 업체 사이의 분쟁과 다툼이 계속 벌어진다. 세차권을 얻지 못한 세차업체는 수익을 낼 곳이 마땅치 않게 된다. 이 때문에 아파트에 와서 홍보를 하거나 입주민의 요청으로 세차 활동을 하다가 기존 세차업자와 다툼이 벌어지기 일쑤다.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C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신규 세차 업체 사장 김모 씨(40)가 한 입주민의 차량을 세차 중이었다. 그러자 기존 세차업체 직원이 김 씨에게 욕설을 하고 폭행을 가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쌍방 폭행 혐의로 두 사람을 조사 중이다. 지난달 9일에는 입주민이 지하 주차장에 세차 홍보 현수막을 걸어둔 차의 현수막을 떼어냈다가 재물 손괴죄로 입건됐다.
● 다툼 계속돼도 마땅한 제지 수단 없어
독점 세차권이 주어지는 상황에서 계속되는 분쟁을 막을 방법은 마땅치 없다. 경찰은 세차업체가 아파트에서 분쟁을 벌이는 것 자체를 막을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폭행과 같이 범죄 혐의점이 없으면 업체들을 주거 침입죄로 체포할 권한이 없다”며 “세차업체가 주차장에 들어가는 것을 막는 것은 아파트 경비업체의 몫”이라고 말했다. 자치구도 출장 세차업체의 분쟁을 나서서 손쓰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공통 주택은 입주자대표회의 등 내부에서 관장을 하기 때문에 자치구가 강제력을 갖고 세차 업체를 쫓아내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