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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호 기자의 우아한]국제사회가 우려하는 미중 파국의 두 가지 시나리오

입력 | 2018-12-03 11:00:00

기로에 선 미중관계-2




올해 10월 4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 연설에서 ‘도둑질(theft)’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중국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그는 미중 무역갈등은 물론 중국의 미국 선거 개입 의혹, 남중국해 영토 주장, 신장 위구르자치구 인권문제 등 모든 분야를 거론했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더글러스 딜런 교수는 열흘 뒤인 13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글을 통해 펜스 부통령이 사실상 중국과의 신냉전(a new cold war)을 선언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중국의 전략가들에게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미중관계를 논하는 글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비유입니다. 이 비유는 대부분 ‘킨들버거 함정(Kindleberger Trap)’과 같이 비교되면서 소개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두 비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3월 20일 국무원 산하 발전연구중심 주관으로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발전고위급포럼 연설에서 “중국과 미국은 협력을 통해 ‘투키디데스함정’과 ‘킨들버거 함정’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투키디데스 함정이 국제정치적 현실주의의 관점에서 기존 강대국 미국과 떠오르는 강대국 중국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라면, 킨들버거 함정은 국제정치적 자유주의의 관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회귀를 우려하면서 경제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국제경제질서의 유지에 적극적으로 나설 의지를 비춘 것입니다.

먼저 투키디데스 함정은 소크라테스와 동시대인인 기원전 5세기의 투키디데스가 27년 동안의 펠레폰네소스 전쟁의 원인과 전개를 기록한 ‘펠레폰네소스 전쟁사’에서 따온 것입니다. 당시 전쟁은 고대 그리스 최강의 해양국가였던 아테네 제국을 대륙국가인 스파르타가 먼저 공격해 시작되어 27년 동안이나 계속되었습니다. 당시에는 누가 보아도 아테네가 최강대국이었고, 스파르타의 국력은 그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투키디데스는 전쟁의 원인을 설명하면서 양극체제 하에서 힘이 덜한 스파르타가 아테네의 힘이 더 세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현재는 힘이 월등한 미국이 2인자로 떠오른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시와는 차이가 있지만 ‘투키디데스 함정’은 일반적으로 양극체제의 불안정성을 이야기하기위해 사용되고 있습니다.

반대로 ‘킨들버거의 함정’은 중국의 국력이 커질수록 자신이 혜택을 입은 국제질서에 공헌하기 보다는 무임승차를 할 경우 나타나는 파국적인 결과를 말합니다. 마셜 플랜의 지적 설계자이자 메사추세츠공대 교수로 재직했던 찰스 킨들버거가 1930년대라는 재난적 시대의 원인을 떠오르는 강대국 미국과 저무는 강대국 영국의 역할 대체 실패에서 찾은 것에서 나온 설명입니다. 세계 최강의 글로벌 파워의 자리를 놓고 미국이 영국을 대체했지만 미국이 글로벌 공공재를 제공하는 영국의 역할을 떠맡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글로벌 시스템이 붕괴되고 불황과 대학살, 그리고 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킨들버거는 이런 주장을 토대로 당대의 패권국가가 적절한 국제정치경제 질서에 필요한 공공재를 제시해야 평화가 유지된다고 보는 ‘패권안정이론’의 창시자로 꼽힙니다. 역시 현실주의 계보입니다.


이른바 연성 권력(Soft Power)의 주창자인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지난해 1월 한국일보 인터넷판에 소개된 칼럼에서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너무 강하게 볼 경우 빠질 수 있는 것으로, ‘킨들버거 함정’이 트럼프 대통령이 반대로 중국을 너무 약하게 볼 때 빠질 수 있는 함정이라고 동시에 지적했습니다.

1930년대 영국과 미국의 상황에 맞춘다면, ‘킨들버거 함정’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 미국은 지금보다 더 쇠퇴하고 중국은 더 부상해 그동안 국제정치경제 제도를 만들고 운영해온 미국이 그 역할을 중국에 넘겨야 할 시점이 되었을 때 적용될 수 있는 논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지적한대로, 중국은 이 비유를 앞세워 자신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현재의 국제정치경제 질서에 파국이 올 수 있다며 미국을 암묵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것입니다.

신석호 디지털뉴스팀장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