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구율 99%’라지만…동케이블 복구율 ‘30%’ 불과 소상공인 집단소송 검토…화재원인 아직 확인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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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지사’ 빌딩으로부터 100m 남짓 떨어진 자리에서 피자가게를 운영하는 이모씨(46·여)는 연신 한숨을 내쉬며 유선 전화 수화기를 들어 보였다.
점심시간 무렵이었지만 가게 안은 텅 비었다. 매장 포스기(판매시점 정보관리기)와 카드 단말기는 아예 꺼져있고, 주방 안 화덕도 차게 식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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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통신·금융대란을 불러온 ‘KT 통신구 화재’ 일주일째로 접어든 30일, 화재 여파는 여전히 충정로 일대 가게를 뒤덮고 있었다.
◇복구율 99%라는데 전화·카드·팩스까지 먹통 계속
“가게를 접게 생겼는데 언제 복구된다 말도 없고….”
KT 아현지사 인근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신모씨(40)는 ‘카드결제가 되느냐’는 말에 “전화도 카드기도 모두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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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가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인쇄소를 운영하는 이모씨(69·여)는 “일주일째 전화랑 카드기가 안되고, 심지어 팩스도 안 된다”며 “아무것도 되는 게 없으니 손님 발길도 안 온다”고 하소연했다.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발생 일주일이 지난 30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일대 상가에는 여전히 ‘통신 장애’를 겪고 있다. 한 가게는 유선 전화가 끊겨 휴대전화 번호를 대신 부착했다. © News1
KT가 발표한 ‘복구율 99%’에도 화재 현장 인근 상인들이 하나같이 통신장애를 겪는 이유는 뭘까. KT가 복구집계에 ‘동케이블 복구율’을 빼서다. 복구율 99% 수치는 무선·인터넷·유선의 복구수준만 의미한다.
결국 유선전화와 카드단말기로 연결되는 동케이블 대부분이 복구되지 않아 통신장애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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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동케이블은 굵고 무겁기 때문에 소실된 동케이블을 지상으로 빼내기도, 다시 복구하기도 어려워 더뎌지고 있다는 것이 KT의 설명이다. KT 관계자는 “동케이블 복구가 더딘 것은 사실”이라며 “복구 시점을 예상하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상인회 “실질적인 보상 없으면 법적 대응 검토”
소상공인연합회 회원들이 30일 서울 충정로역 ‘KT 불통 피해 소상공인 신고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 아현국사 화재에 따른 조속한 피해복구를 촉구하고 있다. © News1
소상공인연합회는 전날(29일)부터 KT 아현지사 앞에 ‘KT 불통 피해 소상공인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피해 접수와 법률 상담을 시작했다.
연합회에 따르면 신고센터 운영 하루 만에 80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전날(28일) 유선과 온라인으로 접수된 신고까지 합하면 소상공인 피해는 총 120여건에 달한다고 연합회는 전했다.
연합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KT와 연합회가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실효적인 보상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KT 화재로 17만명의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봤고, 피해지역 상인들은 평균 30~40% 수준의 영업손실을 호소하고 있다”며 “이 참혹한 현실에도 KT는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아직 모든 피해 상인들의 사례가 접수되지 않았지만 적게는 50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까지 피해를 입었다”며 “KT는 조속히 피해를 복구하고 적절한 재발방지대책과 보상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회는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 법적 대응도 검토 중이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데 KT는 정확한 피해나 복구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KT가 적절한 협의에 나서지 않는다면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2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현장에서 국과수 감식단이 화재 감식을 하고 있다. © News1
합동감식에 참여한 서울 서대문경찰서 관계자는 “국과수의 분석이 나와야 확실한 화재 원인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원인이나 발화지점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