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홍길 대장(왼쪽)이 2일 네팔 현지에서 11차 휴먼스쿨(건지 소재)을 졸업하고 올해 네팔 트리부만 대학 간호학과에 입학한 프레라나 차우더리 학생에게 장학 증서를 수여하고 있다. 엄홍길휴먼재단 제공
“히말라야 산을 오를 때보다 더 떨리고 오금이 저린 10년이었던 것 같습니다.”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봉우리 16좌를 등정한 산악인 엄홍길 대장(58·엄홍길휴먼재단 상임이사)은 28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자신을 죽음으로부터 지켜주고 명예도 얻게 해준 히말라야의 은혜에 보답했던 지난 10년을 이렇게 회고했다.
히말라야를 품고 있는 네팔 오지의 청소년 교육, 의료 지원과 환경 사업 등을 목적으로 2008년 설립한 ‘엄홍길휴먼재단’은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30일 창립 10주년 행사를 갖는다.
2010년 네팔 팡보체(4060m)에 첫 학교를 세운 이후 다음 달 8일 둘리켈(1586m) 지역에 14번째 학교 준공식을 갖는다. 15번째 심파니 학교는 낙후된 공립학교를 재건축했다. 엄 대장은 “네팔 수도 카트만두 인근에 세울 16번째 학교는 유치원에서 중고교, 대학교, 일반인 교육센터 등이 같이 들어서는 ‘종합교육 타운’으로 조성 중”이라며 “많은 비용이 추가로 필요해 뜻을 같이하는 분들의 후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2의 16좌 등정’을 눈앞에 두고 있는 엄 대장은 “오로지 먹고사는 데 급급한 오지의 청소년들이 학교를 다니고 상급 학교에 진학해 직업을 갖는 꿈을 꾸는 기적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며 뿌듯해했다. 현재까지 지어진 학교에 다니는 학생 수만 해도 4800여 명에 이른다.
엄 대장은 “지난 10년간은 학교 설립 등 ‘하드웨어’ 구축에 노력했으나 앞으로 10년은 보다 내실 있는 학교 운영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최근 ‘휴먼스쿨’을 졸업한 뒤 어떻게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지 실태 조사를 벌여 도움이 필요한 경우 지속적인 도움을 주는 활동을 시작한 것을 한 예로 꼽았다.
네팔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인 건지에 건립한 11번째 ‘휴먼스쿨’을 졸업하고 네팔 국립대 간호학과에 지망하려 했던 프레라나 차우더리 씨는 비싼 입학금과 등록금 때문에 입학을 포기하려고 했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된 재단이 대학 입학을 할 수 있도록 도와 무사히 입학했다. 엄 대장은 “앞으로도 국내 교육 전문가, 아동심리학 전문가 등으로 네팔 지부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휴먼스쿨에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네팔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인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