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파행으로 국회의 새해 예산안 심의가 예년보다 늑장 출발했지만 의원들의 지역구 민원 예산 챙기기 행태는 변함이 없다. 국회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각 상임위원회가 예비심사를 마치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넘긴 예산안 증액 규모는 10조3030억 원에 육박한다. 각 상임위가 증액한 예산 대부분은 지역구 민심을 의식한 ‘선심성’일 가능성이 크다.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예산을 주로 다루는 국토교통위가 2조5506억 원,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가 2조377억 원 등의 대규모 증액을 요구한 것이 그 방증이다.
정부와 국회는 올해도 이 같은 의원들의 민원성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국채 이자율을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 국채 잔액인 579조 원에 대해 평균 2.6%의 이자율을 적용해 이자를 지급했다. 그런데 기재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설정한 국채 평균 이자율 예상치인 ‘계획 금리’는 3.5%다. 현재 국고채 금리는 3년 만기, 10년 만기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2% 안팎이다.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지만 3.5%는 국가 경제가 초호황일 때의 금리 수준이다. 국회가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지나치게 높은 금리 예상치를 지적하며 이자율을 0.5%포인트 정도 낮춘다면 3조 원 가까이 예산을 감액할 수 있다.
국회는 2016년도 예산안 심의 때도 정부가 설정한 3.5%의 국채 이자율을 2.8%로 0.7%포인트 내리게 해 2조 원 가까운 예산을 감액했고, 이 돈의 대부분은 각 당 의원들이 원하는 민원성 사업의 예산으로 다시 증액됐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심사 막바지에 국채 이자율을 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의원들의 민원성 예산 요구를 고려해 애초부터 이자율을 넉넉히 설정했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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