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거취’ 기류 바뀌는 與지도부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주 논란에 휘말린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거취 문제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기류가 바뀌고 있다. 이 지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언급하자 친문(친문재인) 진영을 중심으로 ‘선을 넘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이 지사와 결별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친문 인사로 분류되는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26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지사의 문준용 씨 취업 특혜 의혹 언급에 대해 “(문 씨 의혹은) 아주 정치적인 나쁜 의도에서 시작된 것인데 이 시점에서 그런 문제 제기를 한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홍 원내대표는 “(문 씨 의혹은) 5년 동안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우려먹은 소재인데 결과적으로 아무 문제 없는 걸로 판명됐고 심지어 법원 판결도 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지사를 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선 “나는 (원내 전략을 다루는) 원내대표고 그건(제명 문제는) 당에서 하는 것”이라며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민주당 지도부 중 이 지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홍 원내대표가 처음이다.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해찬 대표도 전날 이 지사의 준용 씨 의혹 언급을 보고받고 매우 언짢아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그간 이 지사를 비판하는 의원에게 직접 자제를 요청하는 등 내분으로 번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 지사가 대통령 아들 관련 의혹까지 거론하자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지사와 결별을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은 매주 토요일 당사 앞에서 이 지사 제명 요구 집회를 열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의 측근인 김용 경기도 대변인은 이날 라디오에서 “죽으나 사나 이 지사는 민주당원”이라며 당을 떠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대변인은 ‘이 지사가 기소돼도 탈당하지 않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단언했다.
보수진영은 간만의 호재를 살려 여권 균열을 노리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용태 사무총장은 이날 비상대책회의에서 이 지사의 문준용 씨 언급과 관련해 “정권 중반에 ‘역린을 건드렸다’는 말이 나오면, 그것도 역린을 건드린 게 내부라면 그 정권은 이미 몰락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했다. 홍준표 전 대표도 “막장 인생의 막장 드라마”라며 “내분으로 문재인 정권도 박근혜 정권처럼 무너질 수도 있다”고 했다. 바른미래당은 이해찬 대표가 이 지사의 거취 문제에 유보적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해 “도덕불감증과 책임 정치 실종의 ‘역주행 리더십’, 국민과 괴리된 폐쇄 정치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