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재판이 다음주 시작된다.
재판에선 조 회장이 빼돌린 부당이득 규모가 50억원이 넘는지를 두고 불꽃 튀는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 회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 혐의 등을 받고 있어 부당이득이 이 이상일 경우 실형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심형섭)는 26일 오전 10시20분 조 회장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일)는 지난달 15일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 약사법 위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조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추산한 조 회장의 횡령, 배임 액수 270억여원 중 재판부 인정액이 얼마나 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행 특경법은 사기, 횡령, 배임 등을 저지른 사람의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강신업 법무법인 하나 변호사는 “횡령, 배임 액수가 300억 가까이 될 때 양형 기준에 의하면 보통 징역 7~8년이 된다”며 “재벌 회장에겐 생경한 약사법 위반 혐의도 이익을 나눠 가진 부분 등이 인정된다면 형량이 징역 10년 정도로 올라갈 수 있다”고 밝혔다.
강성신 법률사무소 해내 변호사는 “조 회장이 자식들의 증여세를 마련할 목적으로 정석기업이 주식을 시가보다 고가로 매입하게 했다는 사실관계와 인과관계가 밝혀져야 배임 고의성이 인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사 출신인 김광삼 법무법인 더쌤 변호사는 “다툴 여지가 상당해 보이기 때문에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일 텐데, 검찰의 입증과 금액 범위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일단 범죄사실의 상당 부분이 인정되면 실형이 선고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회장은 2003년부터 올해 5월까지 걸쳐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기내 면세품을 트리온무역 등의 명의로 구입해 중개수수료 196억원을 받은 혐의(특경법상 배임)를 받는다.
현아·원태·현민 3자녀가 소유한 계열사 정석기업 주식을 정석기업이 비싼 값에 되사게 해 정석기업에 41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법상 배임)도 있다.
검찰은 ‘땅콩회항’ 사건과 조 회장의 형사 사건 변호사 비용을 대한항공 자금 17억원으로 충당한 것은 특경법상 횡령 혐의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에 검찰은 특경법상 사기 혐의와 더불어 재벌총수로서는 이례적인 약사법 위반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검찰은 지난 7월6일 조 회장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보완수사를 통해 모친과 묘지기 등을 정석기업 임직원으로 올려 급여 명목으로 20억원을 지급한 혐의(특경법상 배임)를 추가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에 한진그룹의 기업집단 지정자료를 제출하면서 10개사와 친족의 이름을 명단에서 빠뜨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더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