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세검정로 자택에서 19일 만난 소리꾼 장사익 씨. “찻잔이 비면 차를 따라 채워 가야쥬. 나이 드니까 세상 보는 게 달라져유.” 노래 한 대목 뽑고 웃어젖히는 칠순의 가객 뒤로 북한산이 마지막 추색을 뿜어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소리꾼 장사익 씨(69)가 4년 만에 신작 앨범을 내고 24, 2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자화상 七(칠)’이라는 콘서트를 연다. 서울 종로구 세검정로의 자택에서 만난 장 씨는 “저도 칠학년(칠순)이 되다보니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며 특유의 잔주름 가득 퍼지는 웃음을 지었다. 그는 고향인 충청도 사투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그는 내년 6월에는 캐나다로 넘어가 ‘토론토 재즈 페스티벌’에도 출연한다. ‘찔레꽃’을 비롯한 히트 곡들을 현지 관현악단과 재즈 스타일로 새로 편곡해 협연한다. 현지 스튜디오에서 녹음해 음반으로도 제작할 계획이다.
장 씨가 이어갈 대장정의 출발점은 22일 내는 4년 만의 정규앨범 ‘9집 자화상’. 첫 곡은 윤동주의 시 ‘자화상’에 직접 곡조를 붙인 ‘자화상’. 7분 11초짜리 대곡이다.
18일 서울 공연을 앞둔 마지막 총연습에서 열창하는 장사익 씨. 사진가 김녕만 씨 제공
노래에 가을빛이 완연하다. 허영자의 시 ‘감’에는 장송곡 같은 합창과 고즈넉한 트럼펫이 붙고, 김영랑의 시 ‘오-매 단풍들것네’에서는 ‘워매∼ 워매∼ 단풍 들겄네∼’ 하는 구수한 남도 사투리가 그대로 멜로디가 된다.
장 씨는 “매일 거울을 보지만 겉면만 보지 뒤편의 진정한 모습은 못 본 것 같다”며 웃었다. “평생 부끄럽고 부족한 나지만 윤동주의 시처럼 마지막에는 내가 그리워지쥬. 해가 뜰 때도 멋있지만 노을이 더 아름답잖유. 은행나무는 꽃은 별 볼 일 없는 대신 단풍이 기가 맥히잖유?”
2년 전 성대 이상으로 수술을 받은 그는 “95% 정도 회복했다”고 했다.
“프레디 머큐리가 가진 소리를 저는 못 가졌어유. 그 쇠기둥처럼, 스포트라이트처럼 뻗어나가는 소리 말이유. 괜찮아유. 저에게는 저의 소리가 있잖유. 허허허.”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