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기술로 만든 UAE 샤르자 스마트팜 가보니
18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에 KT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스마트팜’이 문을 열었다( ① ). 비닐온실과 비슷해 보이지만 온실이 아닌 ‘냉실’을 만든 게 특징이다( ② ). 이를 위해 라면 모양으로 구부러진 종이를 적셔 공기를 차갑게 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③ ). 샤르자(아랍에미리트)=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KT 제공
중동 국가는 대부분 연 강수량이 100mm 미만이고, 한여름 최고기온은 50도를 훌쩍 넘는다. 과일, 채소 등 신선식품 재배가 쉽지 않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 사정에 따라 들쑥날쑥 변하는 가격은 늘 고민거리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사막기후에서도 작물의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스마트팜에 대한 관심이 중동 국가에서 높은 이유다.
18일 문을 연 약 600m² 규모의 UAE 샤르자 스마트팜은 한국 기업 KT와 장애인 재활 및 교육을 지원하는 ‘샤르자 인도주의 센터’가 함께 지었다. 외부 날씨와 상관없이 25∼30도 정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ICT가 도입된 이곳에서 신체 및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직접 엽채류(잎을 먹는 작물)와 허브 등을 재배하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KT 채욱 사회공헌팀장은 “사막기후인 이곳에서 스마트팜은 ‘온실’이 아니라 ‘냉실’이 돼야 한다”며 “에어컨 등 냉매를 이용한 시스템은 환경적, 비용적인 문제가 크기 때문에 이 같은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물을 이용해 건물의 실내 온도를 낮추는 이 같은 방식은 ICT 데이터센터에서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곳에서 작물들은 모두 수경재배 방식으로 길러진다. 휠체어나 보행보조기구 등을 이용해야 하는 신체장애인들을 위해서다. 이 때문에 새싹을 심은 모판은 모두 성인의 허리 높이 정도에 위치해 있다. 모판 주변으로는 작은 구멍이 뚫린 고무파이프가 둘러쳐져 있는데, 필요한 영양분이 섞인 물이 이 파이프를 통해 자동으로 공급된다.
이 스마트팜은 거대한 ‘센서 덩어리’다. 내외부 곳곳에 다양한 센서가 설치돼 있다. 온·습도, 이산화탄소량, 강수량, 물의 온도 등 측정하는 데이터도 다양하다. 센서들이 스마트팜 전체를 세밀하게 관찰한 뒤 작물을 키울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만드는 식이다. 채 팀장은 “실내 온도가 35도를 넘어가면 쿨링 시스템이 작동되고, 햇빛을 가리기 위해 모터센서가 차광막을 작동해서 덮는 등 거의 모든 시스템이 자동으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PC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서도 제어가 가능하다.
국내 최초로 중동 국가에 스마트팜 기술을 수출한 KT는 2014년부터 ICT를 활용한 스마트팜 사업을 시작했다. KT는 1년 동안 샤르자 인도주의 센터에 스마트팜 운영 및 교육 지원 프로그램도 함께 하고, 스마트팜에 설치된 다양한 센서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종합 분석해 나갈 계획이다. 이렇게 모은 데이터와 여러 시행착오 경험을 바탕으로 UAE뿐만 아니라 중동 지역의 ICT 및 스마트팜 사업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디딤돌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샤르자(아랍에미리트)=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