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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대 캐시미어로 올겨울 포근하게

입력 | 2018-11-13 03:00:00

유통가, 가격대 낮춰 대중화 이끌어




현대백화점의 PB 브랜드 ‘원온스’가 첫 상품으로 내놓은 캐시미어 머플러. 캐시미어 원료를 직접 구입하고 현지 공장에서 생산해 가격을 낮췄다. 현대백화점 제공

올겨울 유통업계가 앞다투어 캐시미어 제품을 내놓으며 캐시미어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유통업계가 직접 캐시미어 원사를 구입하고 중간 유통 과정을 생략해 가격대를 낮추면서 수백만 원대를 호가하던 고급 소재 캐시미어가 대중화되고 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은 최근 ‘원온스(1oz)’라는 자체 브랜드(PB)를 론칭하고 첫 상품을 캐시미어 머플러로 내놨다. 가격은 5만9000원으로 시중에 판매되는 비슷한 제품에 비해 40∼50% 저렴하다는 장점을 내세웠다. 현대백화점 측은 “캐시미어 원료를 직접 구입하고 현지 공장에서 생산해 중간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패션전문기업 한섬을 통해서도 캐시미어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2015년 론칭한 국내 최초의 캐시미어 전문 브랜드 ‘더캐시미어’는 고급 캐시미어를 대량으로 수입해 상품 가격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기본 니트류의 가격이 40만∼50만 원대로 해외 브랜드 등과 비교하면 50% 이상 싸다. 론칭 첫해 매출은 50억 원이었으나 이듬해 120억 원, 지난해 220억 원으로 몸집을 불렸다. 올해는 300억 원가량 매출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섬유의 보석’이라 불리는 캐시미어는 산양의 털갈이 시기에 가슴 털만 골라내 원사로 제조한다. 산양 한 마리에서 300g만 채취할 수 있는 데다 복잡한 유통 과정이 더해지면서 캐시미어는 주로 명품 브랜드들이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팔던 고급 의류로 인식됐다.

그러나 최근 대형 유통업체들이 캐시미어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그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직접 원료를 구입하고 중간 유통 과정을 생략해 가격대를 낮추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지갑을 열게 하고 있다. 여기에 브랜드 이름보다는 이른바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후발 주자도 좋은 품질의 제품을 내놓으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 유통업계들을 캐시미어 시장에 뛰어들게 하고 있다. 국내 캐시미어 시장 규모는 2014년 2410억 원에서 2016년 9600억 원으로 2년간 4배 이상으로 늘며 패션 불황 속에서도 꿋꿋이 성장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니트 PB 브랜드 ‘유닛’은 캐시미어 100% 니트를 주력 아이템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도 니트 PB 브랜드 ‘유닛’을 통해 캐시미어 100% 니트를 주력 아이템으로 팔고 있다. 2015년 론칭 당시 연매출이 7억 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올해는 100억 원 이상 매출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캐시미어 PB 브랜드 ‘델라라나’ 역시 올해 1∼9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9.6% 올랐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최고급 캐시미어를 취급하는 해외 명품 브랜드 ‘로로피아나’와 똑같은 원단을 사용하고 있지만 상품기획·디자인·제작·판매 등 전 과정을 책임지는 방식으로 가격을 40% 수준까지 낮춘 점이 소비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SPA 브랜드인 유니클로도 겨울을 겨냥해 10만 원대 이하의 캐시미어 제품을 내놓았다. 캐시미어 인기가 높아지자 언더웨어 브랜드 비비안도 이달 캐시미어 소재의 내의를 출시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캐시미어의 대중화에 따라 소비자 수요가 늘어나고 업체끼리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앞으로 더 다양하고 저렴한 캐시미어 제품이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