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 집권 4년 차인 이집트에서는 군부 출신 인사들이 민간 기업을 장악하고 군 소유 기업이 냄비, 페인트 등 민간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집트 군이 전체 경제의 40%를 장악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AP 뉴시스
서동일 카이로 특파원
겉으로는 테러 위협으로부터 대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지만 사실 감시·통제 목적이 크다. 만약 대학생들이 반정부 시위라도 벌이면 민간 보안업체 직원들이 문을 걸어 잠그고 진압에 나선다.
이 보안업체 이름은 ‘팔콘(falcon)그룹’,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 집권 후 급성장해 이집트 민간 보안시장 점유율 54%를 차지하는 공룡 기업이다.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기업 주요 인사 대부분이 경찰 및 군 출신이다.
이집트 국민들은 팔콘 직원을 ‘사복 경찰’이라고도 부른다. 외신들은 이들을 두고 “파라오(고대 이집트 정치·종교적 최고 통치자)의 어깨에 앉아있는 감시자”라고 평가한다. 겉만 민간 기업이지 사실상의 군·경찰 권력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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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이든 공공이든, 기업이 사업영역을 넓히는 것이 무슨 문제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마다 군·경찰 소속으로 일했던 친정부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고, 사실상 정부 기관처럼 운영되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헬리오폴리스 회장인 맘두 무함마드 바다위는 한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업가들이 나라를 먹어치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그 역시 군인 출신이다.
이집트 정부는 군 관련 기업이 운영하는 사업에 대해 부가가치세나 부동산세를 면제해주는 등 특혜를 주고 있다. 민간 호텔에서 운영하는 곳에는 커피 한 잔에도 14%의 부가가치세가 붙지만 카이로 내 군부 운영 5성급 호텔 알마사흐는 면세 대상이다. 알게 모르게 은행권 대출 등의 특혜가 이어지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국 자본들은 하나둘씩 이집트를 떠난다. 불공정한 시장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어서다. 에너지 산업 부문을 제외하면 외국인 직접투자 비중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실제 비석유 부문 외국인 직접투자는 2016년 47억 달러(약 5조2500억 원)에서 2017년 약 30억 달러(약 3조3500억 원)로 감소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명령과 복종으로 대표되는 군대식 규율 및 통제하에 사업을 해야 효율성이 높다”며 “민간 기업이 큰 프로젝트를 하려면 적어도 3, 4년은 더 걸린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경쟁이 사라지는 시장에서 기업의 이런 효율성이 얼마나 지속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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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콘그룹은 지난해 12월 타와솔(tawasol)이란 회사를 설립하며 ‘미디어’ 영역까지 진출하기 시작했다. 정권 출신 인사들이 모여 있는 이 회사가 정부 비판적인 보도를 할 리 없다. 시시 정권의 홍보 회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한 이집트 경제학자는 “군인들이 길거리에서 닭다리 파는 노점상과 경쟁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비판했다. 카이로광장에 닭다리 파는 군인이 등장한다면 팔콘그룹은 어떤 기사를 쓸까.
서동일 카이로 특파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