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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원의 빅데이터]신상보다 인기인 ‘신상 같은 중고’

입력 | 2018-11-02 03:00:00



최재원 다음소프트 이사

최근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소비 트렌드 중 하나인 중고거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09년 통계청이 발표한 국내 중고품시장 규모는 4조1000억 원대에 그쳤지만 올해는 2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유통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중고에 대한 긍정적인 감성도 높아졌다. 지난해 긍정 비율은 50%대에 불과했지만 올해에는 70%대까지 치솟았다. 최근 중고품의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판매자의 제품을 받아 자체적으로 검증한 뒤 판매하는 체계적인 시스템도 등장했다.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소비자도 중고거래에 대해 만족스러워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중고’와 관련된 감성 키워드는 부정적인 단어가 많았다. 반면 올해에는 긍정적인 단어가 많이 보인다. ‘독특한’이라는 키워드는 9위에 오르며 중고거래로 독특한 아이템도 거래될 수 있다는 인식이 나타나고 있다.

중고거래 아이템은 전자기기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지만 예전과 비교할 때 의류, 패션잡화, 화장품 등 품목이 다양해졌다. 인터넷으로 중고거래가 시작될 때는 디지털 기기에 관심이 많은 20, 30대가 주로 참여했지만 여러 세대로 확산되면서 품목도 다양해진 것이다. 책의 중고거래가 급성장한 것도 도드라져 보인다. 과거에도 헌책방에서 중고책이 거래됐지만 대형서점들이 중고책을 매장에서 팔면서 거래가 더욱 활발해졌다.

최근에는 온라인 중고시장에서 인기 연예인의 관련 용품인 굿즈나 공연 티켓을 구매하는 사례도 많다. 구매하지 못한 팬들의 심리를 이용해 중고시장에선 ‘수고비’가 덧붙여진다. 야구와 축구 등 스포츠경기의 티켓도 액면가보다 2, 3배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이와 관련해서 ‘플미충’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플미충은 프리미엄과 벌레(충)의 줄임말로 공연 입장권을 액면가로 구입해 이익(프리미엄)을 남기고 비싼 가격에 되파는 온라인 암표상을 말한다. 공연 현장에서 암표를 파는 것은 경범죄로 처벌할 수 있지만 온라인 암표상은 처벌할 마땅한 법 조항이 없다.

중고거래의 속성과 관련된 키워드 순위를 살펴보면 최근 3년 동안 ‘가격’의 순위는 떨어진 반면 ‘인증’은 크게 올라 1위를 기록했다. 중고거래에서 사기를 당할 때가 많아 가격보다는 인증을 요구하는 현명한 소비자가 많아졌다. 거래 방법 언급도 ‘택배’보다는 ‘직거래’가 많았다. 중고거래는 큰 틀에서 소유라는 개념보다는 잠시 빌려 쓰는 행위에 더 가깝다. 내년에도 소비 트렌드는 합리성을 강조해 소유보다는 공유에 무게가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최재원 다음소프트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