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가 급락에 투자자들 비명
증시가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면서 공포에 짓눌린 개미(개인투자자)들의 비명이 커지고 있다. 30일 국내 증시는 엿새 만에 반등에 성공했지만 개미들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7000억 원을 내던지며 투매 행렬을 이어갔다. 최근 5거래일 동안 국내 증시에서 이탈한 개인 투자금은 2조1000억 원에 이른다.
○ 개미들 매도 문의 빗발쳐
‘변동성이 클 때는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는 투자 전략도 급락장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직장인 곽모 씨(29·여)는 “총 5개 펀드에 투자했는데 국공채 상품에서 1% 미만의 수익을 거둔 것 외에는 모두 마이너스다. 손실을 만회할 때까지 기다릴까 한다”고 말했다.
가장 다급한 투자자들은 증권사에서 신용융자로 돈을 빌려 투자한 경우다. 주가가 급락하면 증권사들은 해당 주식을 강제 매도하는 반대매매에 나선다. 한 증권사 PB센터장은 “증거금을 추가 납입할 수도 있지만 이미 40% 가까이 손실이 난 데다 현금을 끌어올 여력이 없어 막막한 투자자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 투자한 고객들의 자금이 많이 묶여 있는데, 상환이 안 되다 보니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PB들은 대체로 “손절매하기는 늦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은행 직원은 “내년 4∼6월 정도에 회복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PB는 “다음 주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하면 증시 불확실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개미 투자 성적표, 연초 이후 반 토막
범위를 연초 이후로 넓혀도 10개 종목의 수익률은 ―15.78%에 그쳤다. 코스닥 시장의 수익률은 ―52.34%로 아예 반 토막이 났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닥 상장사의 94%가 연 고점 대비 20% 넘게 주가가 폭락했다”며 “신흥국 증시의 평균치(67%)보다도 훨씬 많아 투자심리가 과도하게 위축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8.64포인트(0.93%) 오른 2,014.69에 장을 마쳤다. 기관들이 개인과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받아낸 덕분이다. 코스닥지수도 2.29% 올랐다. 미국이 중국 국영 반도체 기업의 거래를 금지하기로 하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 영향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증시 안정을 위한 컨틴전시 플랜(위기대응 비상계획)을 면밀히 재점검해 필요 시 가동할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박성민 min@donga.com·김성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