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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명명백백하게” 힘주고… 김경수 지사, 댓글공모 혐의 첫 공판

입력 | 2018-10-30 03:00:00

드루킹측 “김경수 보낸 기사 우선 처리”
김경수 지사측 “공범들 짜고서 거짓말”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 여론 조작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수감 중)와 인터넷 댓글 여론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도지사(51)가 29일 첫 공판에 출석했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9시 46분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에 도착했다. 파란색 넥타이를 매고 회색 코트를 입은 채였다. 김 지사는 차분한 목소리로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새로운 여정을 다시 시작한다. 재판 과정에서 모든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남도청과 서울중앙지법까지 왕복 700km가 넘는 거리를 오가며 재판을 받게 된 데 대해 김 지사는 “도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 도정에는 어떤 차질도 없을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법정에선 김 지사가 댓글 순위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을 봤는지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는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봤다는 증언이 나왔다. 킹크랩 실무를 맡았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이자 김 씨의 측근인 ‘서유기’ 박모 씨(30·수감 중)가 증인으로 출석해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오후 산채를 방문했고, 김 씨와 측근 ‘둘리’ 우모 씨(32·수감 중)가 김 지사에게 킹크랩의 작동을 시연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김 지사 앞에서 화면을 띄우고 스크롤을 내리는 역할을 했으며 ‘킹크랩 극비’라는 항목이 나오자 김 씨가 “김 지사 외에는 모두 강의장에서 나가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씨는 또 “김 씨가 경공모 주요 회원들이 보는 텔레그램 방에 댓글 조작 작업을 할 기사의 인터넷주소(URL)를 올려놓곤 했는데, 김 지사가 보낸 기사에는 ‘AAA’라는 알파벳을 적어두곤 했다”며 “김 지사가 보낸 기사이니 우선 작업하라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 지사 측은 산채에는 방문했으나 킹크랩 시연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김 지사의 변호인은 김 씨가 구치소에서 공범들의 진술 방향을 적은 노트를 증거로 신청했다. 김 지사의 변호인은 “드루킹이 공범들과 수사에 어떻게 대응할지, 진술을 어떻게 할지 조율하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여러 사람이 짜고서 거짓말한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