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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구멍’ 1352억 빼돌린 요양병원

입력 | 2018-10-30 03:00:00

유령 조합원 생협 통해 병원설립… 자녀에 법인명의 외제차-거액 월급
경찰, 의료재단 대표 등 54명 적발




곳곳에 세금도둑이 널려 있다. 사립유치원 비리에 이어 이번엔 요양병원 비리가 터졌다.

‘사무장병원’을 세워 국민 세금으로 지원되는 요양급여 1352억 원을 빼돌린 요양병원 관계자 54명이 대거 적발됐다. 사무장병원은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대리 원장으로 내세워 운영하는 병원으로 현행 의료법상 불법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국 1500곳에 달하는 요양병원의 비리 문제가 사립유치원의 비리보다 더욱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9일 의료재단 대표 이모 씨(68) 등에 대해 부정의료기관개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의료인이 아니더라도 일정 정도의 조합원 규모를 갖추면 병원을 개설할 수 있는 현행 의료법의 허점을 노렸다. 이 씨는 2006년 11월 아내가 운영하던 사무장병원이 경찰 조사를 받게 되자 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해 ‘유령 조합원’ 300명을 만들었다.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출자금 3000만 원도 본인이 낸 뒤 조합원들이 낸 것처럼 꾸몄다. 조합 발기인 명부와 창립총회 절차 등도 모두 조작해 의료생협 설립 인가를 받은 뒤 요양병원을 개설했다.

이 씨는 11년 8개월간 부산에서 요양병원 3곳을 운영하며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총 1010억 원의 요양급여를 타냈다. 그는 캐나다 국적을 가진 자녀 2명에게 각각 법무팀장, 원무과장 직책을 주고 자주 출근하지 않는데도 매달 500만∼600만 원씩 5년여간 총 7억 원가량을 지급했다. 또 법인 명의로 산 9000만 원 상당의 고급 외제차를 자녀에게 넘겨주기도 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요양병원은 주로 노인질환을 앓거나 암 등 외과 수술 뒤 회복이 필요한 노인이 치료하기 위해 입원하는 곳이다. 전국 요양병원은 2008년 690곳에서 지난해 1531곳으로 급증하고 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많은 요양병원이 경영상의 이유로 세워지다 보니 의료 서비스는 물론이고 환자들의 정상적인 생활도 보장이 안 되고 있다”며 “고령사회에 맞춰 요양병원을 이번에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zozo@donga.com / 부산=강성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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