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최근 아시아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주목받은 콘텐츠들이다. 특히 모든 배우를 아시아인으로 캐스팅한 ‘크레이지…’는 앞서 10년 동안 개봉했던 로맨틱 코미디 영화 중 최고 성적을 거두며 할리우드를 놀라게 했다. 나아가 애플에선 한국인을 주인공으로 영국 드라마 ‘더 크라운’에 버금가는 대규모 역사 드라마를 제작할 예정이다. 원작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민진의 ‘파친코’로, 지난해 뉴욕타임스(NYT)가 선정한 ‘최고의 책 10’에 포함됐고 영국 BBC가 ‘2017년 꼭 읽어야 할 책 10권’에도 이름을 올렸다.
애플은 최근 10억 달러(약 1조 1425억 원)를 투자해 콘텐츠 제작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었다. 10여개 작품은 이미 각본이 완성됐고 5, 6개 작품은 각본을 준비 중이다. 이 중 한 작품이 ‘파친코’다. 원작 주인공이 한국인이며 부산 영도와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배우 대부분이 아시아인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한인 이민자 가족 4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애플 측은 ‘더 크라운’에 버금가는 예산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도 한국어 일본어 영어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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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테레사 강
어릴 적 영화를 보여줬던 아버지는 딸이 이제 거물급 감독을 돕는 이야기를 들으며 뿌듯해한다. 그러나 강 씨의 마음 한 구석에는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이 있었다. 미국인으로 자랐지만, 자신과 피부색이 같은 아시아인은 영화에서 주인공이 아닌 악역이나 조력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저에겐 9개월 된 아들이 있어요. 그 아이가 자신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자라길 바라요. 내가 자랄 땐 한국인은 조연만 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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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씨가 보기에 다양한 시각의 작품은 아직도 부족하다. 과거보단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그런 작품은 만들어지기 어렵다. 대본을 주면 혹자는 “게이 영화, 소수자 영화는 이미 많잖아?”라면서 덮어버린다고 한다. 반대로 백인 이성애자 남성이 등장하는 영화는 그 숫자가 훨씬 더 많은데도 “이젠 그만 만들자”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수 휴 작가
10년 전만 해도 신인 작가들은 작가룸의 스태프로 커리어를 쌓아야 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독창적인 콘텐츠의 수요로, 이 같은 판에 박힌 커리어 루트는 변화했다. 지금 할리우드는 신선한 시각과 목소리에 ‘절박할 정도로’ 목말라 있기 때문이다. 휴 작가 역시 이런 흐름 덕분에 첫 작품 ‘더 위스퍼스’의 총책임 작가가 됐다.
‘더 위스퍼스’를 비롯해 그는 원작 소설에 상상력을 덧입혀 드라마화 하는 작업을 종종 해왔다. 19세기 극지방 탐험에 나선 선원들의 생존과 공포를 다룬 드라마 ‘더 테러’는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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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책 표지
휴 작가에게 ‘파친코’는 리서치 작업을 통해 다른 사람이 되어봐야 했던 여타 작품과 달리 자신의 과거, 즉 역사를 딛고 선 느낌이었다. 그야말로 ‘고통스럽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다. 휴 작가는 “내 가족 뿐 아니라 전 세계 수백만의 가족들의 이야기를 하는 소설이었다. 나는 이 소설에 내재된 따뜻함을 특히 좋아한다”고 했다.
‘파친코’의 드라마를 기획한 제작사와 수 휴 작가, 투자할 배급사 애플을 연결한 것도 테레사 강 덕분이다. 강 씨는 “한국은 마치 미국이 백인 남성 이야기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것처럼 똑같은 타입의 드라마를 찍어내고 있다. 더 많은 시청자를 모으고 싶다면 더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시청됐고, 수상한 작품 중에서 로맨틱 코미디가 없다는 사실은 그의 말을 뒷받침한다.
LA=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