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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난민 대신 사회불평등 앞세워… 獨극우정당 ‘카멜레온 전략’

입력 | 2018-10-29 03:00:00

창당 5년만에 전국 주의회 모두 진입
출범땐 反EU 신자유주의 노선… 난민 유입땐 국가 정체성 앞세워
불평등 이슈뜨자 사회 정의 외쳐… 지지율 20% 육박 2위 정당 넘봐




고무보트를 탄 채 지중해 해상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아프리카 난민들. AP 뉴시스

독일의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창당 5년 만에 전국 주의회에 모두 진입하며 전국 정당으로 명실상부하게 발돋움했다. 28일 금융 도시 프랑크푸르트가 속한 헤센주 의회 선거를 마지막으로 AfD는 연방의회는 물론이고 16개 주의회에 모두 진출하게 됐다. AfD는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13% 안팎의 지지를 안정적으로 얻고 있어 득표율 5%만 넘으면 가능한 의회 진입이 확정적이다.

지난해 9월 총선에서 12.6%의 득표율로 처음 의회에 진입한 이후 전국 지지율도 계속 상승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20%에 육박하는 지지율로 100년 정당 사회민주당(SPD)과 엎치락뒤치락하며 2,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국가 이슈를 주도하며 정치판을 휘젓고 있다. 지난달 1만 명이 넘게 모인 켐니츠 반난민 극우 시위가 대표적이다. 뮌헨공대의 정치과학 데이터 팀의 지난달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총선 기간에 화제가 된 3억5000만 개의 트윗 중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상위 100개를 골랐더니 그중 51개가 AfD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AfD 페이스북의 총선 기간 조회수는 2위 정당보다 5배나 많은 압도적 1위였다.

최근 독일 주요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AfD를 단지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 정당으로만 인식하면 위험한 오산”이라며 “AfD는 늘 영리하게 사회 문제를 파고드는 정치적인 카멜레온”이라고 평가했다.

AfD는 2주 전 바이에른주와 28일 헤센주 의회 선거 캠페인에서 ‘사회 정의’를 외치기 시작했다. 연금 혜택을 늘리고 지방의 의료 서비스를 확충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고 집값과 월세 상승을 주요 이슈로 제기했다. 이는 2013년 창당 때와는 정반대 기조다. 독일이 최저 실업률과 높은 성장률로 최고의 경제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사회 불평등이 큰 이슈가 되자 이를 파고들기 시작한 것이다. 내년에 이어지는 옛 동독 지역의 주의회 선거를 겨냥한 전략이기도 하다. AfD의 충성 지지층은 동독 출신의 블루칼라 노동자들이다. AfD는 내년 초 특별 전당대회를 열어 당의 경제 프로그램을 ‘사회 연대’를 강화하는 쪽으로 아예 바꿀 계획이다. 창당 초 반(反)EU 신자유주의와는 결별을 선언하겠다는 얘기다.

2015년 앙겔라 메르켈 정부의 난민 수용 이후 국가 정체성을 앞세워 난민 수용에 반대했던 AfD는 지난해부터 난민 유입이 급감하자 ‘사회 통합’을 내세워 독일에 들어와 있는 이민자들의 범죄와 복지를 문제 삼기 시작하며 이 이슈의 파괴력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7월 조사기관 입소스가 전 세계 28개국을 대상으로 가장 큰 걱정거리를 질문한 조사에서 독일 응답자의 경우 실업 문제를 꼽은 비율은 9%에 불과했지만 사회 불평등은 45%, 이민 문제는 43%였다. 국가 정체성을 앞세워 보수층의 표를 얻고 평등과 연대를 강조하며 진보층의 표를 잠식하겠다는 AfD의 전략이 여론의 흐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