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잇단 경고음]설비투자도 작년보다 7.7% 줄어 한국경제, 정부지출로 간신히 버텨… 전문가 “정책 수정 없인 내년 더 문제”
성장률을 높이는 원동력인 투자가 끝 모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지출로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민간 소비 증가율이 0%에 머물고 수출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하기 힘들다. 이대로라면 정부가 기대하는 2.9% 성장은커녕 성장률이 2%대 중반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한국은행의 3분기(7∼9월) 경제성장률 속보치 발표를 앞두고 민간 경제 전문가들은 3분기에 0.8% 정도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주일 전 한은이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2%포인트 낮은 연 2.7%로 수정한 것을 감안한 보수적인 추정이었다.
‘성장률 쇼크’의 가장 큰 원인은 투자 부진이다. 3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기 대비 ―4.7%, 전년 동기 대비 ―7.7%를 각각 나타냈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로는 2013년 1분기(―12.3%) 이후 5년 반 만에 최저다. 시장에서도 설비투자 부진을 예상했지만 실제 결과는 더 심각했다.
잇따른 부동산 대책으로 시장이 위축되면서 건설 투자도 추락하고 있다. 전 분기보다 6.4% 줄어 외환위기로 신음하던 1998년 2분기(―6.5%) 이후 20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한은은 민간소비(0.6%)와 수출(3.9%)이 양호하다고 평가했지만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3분기 민간소비는 전 분기보다 0.6% 늘어 2분기 증가율(0.3%)보다 개선됐지만 여전히 0%대에 머물고 있다. 올 3분기에는 추석 연휴가 끼어 있어 소비가 예년보다 개선될 수 있는 계절적 요인이 있었다.
그나마 경기를 홀로 떠받친 건 정부였다. 3분기 정부 소비는 2분기보다 1.6% 늘었다. 지난해 3분기보다는 4.7% 증가해 다른 부문들보다 높았다.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이 확대되는 등 재정 지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간 연구기관들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대 중반까지 낮추고 있다. 이달 초 국제통화기금(IMF)도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9%에서 2.6%로 내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4분기에는 재정 투입을 통해 성장률을 다소 끌어올릴 순 있겠지만 경제정책을 전면 수정하지 않는 이상 성장률이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