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오름은 단순히 작은 산이 아니라 독립 화산체로 마그마 분출구인 화구가 있어야 하고 용암 또는 화산쇄설물로 형성됐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봉긋하게, 아담하게, 우뚝하게, 때론 우악스럽게, 오름은 섬 곳곳에 서 있다. 밑에서 보기에는 밋밋한 포물선으로 보이지만 정상에 올라가면 그제야 오름의 진면목이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화산폭발의 현장을 생생히 보여주는 분화구는 화성의 표면처럼 다른 세계에 온 느낌을 준다. 오름 정상에 서더라도 시야에 한계가 있다. 하늘에서 볼 때 비로소 전체 조망이 가능하다. 공중에서 바라본 오름과 분화구는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색다른 매력과 풍광을 선사한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