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안 해도 기울어진 ‘공매도 운동장’ 그대로 외국인·기관 중심 그대로…금융당국 “제도 개선”
희망나눔주주연대 회원들이 국민연금공단의 국정감사가 실시된 23일 오전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앞에서 국민연금 공매도 주식대여 금지 등을 주장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2018.10.23/뉴스1 © News1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대여를 18년 만에 중단했다. 국민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이 공매도에 쓰일 주식을 빌려주고 수수료를 챙겨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은 23일 전주 국민연금공단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난 22일부터 국내 주식대여 관련 신규거래를 중지했다”고 말했다. 기존 주식 대여분은 올 연말까지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지난 2000년부터 이어온 주식 및 채권 대여 사업을 포기한 것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후에 주식을 사서 갚는다. 주가가 하락할수록 이득이다. 특정 종목 주가가 하락하고 외국인이나 기관의 공매도가 몰릴 때마다 ‘개미’들은 “누군가가 공매도로 장난친다”는 의혹을 쏟아냈다.
국민연금이 매년 400억원대 수익을 포기하면서 주식 대여를 포기했으니 기울어진 운동장은 평평해질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오’다.
국민연금이 밝힌 국내주식 대여잔액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국내 대여 시장 규모는 75조9000억원이다. 이 중 국민연금이 대여한 주식은 6200억원으로 전체의 0.8%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 통계로도 같은 기간(1~6월) 대여된 주식 중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빌려준 주식은 0.5%에 불과하다. 외국인이 45.6%로 가장 많았고, 증권사(29.2%)와 자산운용사(10.1%), 은행(3.2%) 등이 대부분이었다. 국민연금이 주식대여를 안 하더라도 ‘기울어진 운동장’은 그대로인 이유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중단 결정이 다른 연기금으로 퍼질지에 주목한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다른 연기금의 레퍼런스 역할을 한다”면서 “공무원연금이나 교직원공제회 등 다른 기관에서도 이를 마냥 무시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