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용. 스포츠동아DB
화려하지는 않지만 내실은 있다. 두 번째 방출 아픔을 겪은 홍성용(32)이 다시 한 번 희망을 던질 수 있을까.
KT 위즈는 19일 여러 명의 베테랑과 동시에 이별했다. KBO리그 역대 7번째로 2100안타 고지에 올랐던 ‘국민 우익수’ 이진영은 물론 투수 김사율, 내야수 박기혁 등이 그 대상이었다.
이들에 비해 이름값이 떨어져 주목은 덜 받았지만 좌완투수 홍성용도 방출명단에 포함됐다. 생애 두 번째 방출이다. 홍성용은 2005년 2차 5라운드로 LG 트윈스의 지명을 받았다. 경찰 야구단을 거쳐 다시 LG에 돌아왔지만 2008시즌 종료 후 방출됐다.
KT에서 홍성용은 알짜배기 불펜이었다. 2015년 42경기에 등판해 39.2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3.86으로 호투했다. 이후 2년간은 기대에 못 미쳤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104경기에 등판해 85.1이닝을 소화했지만 평균자책점 6.12로 부진했다. 피OPS역시 0.897로 높았다.
올 시즌을 앞둔 홍성용은 절치부심했다. ‘당장 내일 은퇴하더라도 후회를 남기진 말자. 오늘만 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려놓으니 채워졌다. 홍성용은 올해 56경기에서 45이닝을 소화하며 2승1패1세이브6홀드, 평균자책점 5.40을 기록했다. 승계주자를 남겨뒀을 때 후속 투수가 실점하는 경우가 잦아 평균자책점은 높았지만 지난해보다 안정된 투구였다. 궂은일을 도맡으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했다. 10월 13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팀의 창단 첫 탈꼴찌를 마무리 짓는 세이브를 기록하기도 했다.
결국 올 시즌을 끝으로 KT와 동행은 멈췄지만 그는 여전히 “KT는 내게 정말 고마운 팀이다. 비록 내가 떠나더라도 쭉 도약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아직 고참급으로 분류하기에 이른 나이인 데다 원포인트 정도로는 쏠쏠히 활약할 수 있다. 후배들이 먼저 찾아와 개인적 고민을 털어놓을 만큼 베테랑으로서의 역할 수행도 잘 해낸다. 연봉이 높지 않은 점도 재취업의 걸림돌을 없애는 요소다. 그의 방출 소식을 들은 한 야구인은 “몇몇 팀에서는 쏠쏠히 써먹을 자원”이라고 평가했다. 희망을 던졌던 홍성용의 야구인생은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