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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단계” 둘러싼 다양한 해석

입력 | 2018-10-19 11:19:00

기술적 정의 어려워…정치적 불가역성 뜻 담은 듯
“北비핵화 되돌릴 수 없이 공식화돼” 발언 재조명



© News1


북한의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왔다고 판단되면 유엔 제재를 완화해 비핵화를 더욱 촉진해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되돌릴 수 없는 단계’가 어느 수준을 뜻하는지에 18일 관심이 쏠린다.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대한 첫 언급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6·12 북미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 때 ‘비핵화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답하면서 “15년이 걸린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예를 들어 20%만 완료된다고 하더라도 (비핵화를) 되돌릴 수 없는 지점이 있을 것”이라고 한 바 있다.

당시 이 발언을 놓고 북핵 전문가들 사이에선 “무엇을 보고 20%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기술적인 용어에 정치적 용어를 합쳐서 한 말인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문 대통령의 언급 후에도 미국 일각에선 비슷한 반응이 나온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단계를 정의할 수는 없다”며 “그것은 시적인 표현”이라고 말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그보다 제재를 완화하기 ‘충분한 수준’의 비핵화 단계를 논의하는 게 적절하다며, 이는 북한이 모든 플루토늄·우라늄 생산 시설을 신고하고 그에 대한 사찰을 허용함으로써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 규모가 어느 정도 파악됐을 때라고 주장했다.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되돌릴 수 없는 단계를 진단할 수 있다고 하긴 했지만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국외로 반출하고 고농축 우라늄·플루토늄 등 핵물질 생산시설을 모두 폐기 또는 불능화했을 때, 또한 이에 대한 검증이 이뤄졌을 때’라고 설명했다.

이는 사실상 미국이 비핵화 목표로 제시하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에 가깝다. 비핵화 완료 이전의 중간 단계를 가리킨 문 대통령의 언급 취지와는 거리가 있는 셈이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영변 핵 시설을 폐기·검증하더라도 최소한 한 곳의 추가 핵 시설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유의미한 비핵화 조치를 취하더라도 여전히 일부 핵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면 비핵화를 돌이킬 수 없는 단계는 아니란 접근법으로, 다른 단계적 비핵화 조치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돌이킬 수 없는 단계는 ‘기술적으로’ 더이상 핵 능력을 보유할 수 없는 상태라기보다는 ‘정치적으로’ 비핵화 결정을 뒤집을 수 없는 단계를 가리키는 측면이 커 보인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한미정상회담 모두발언 때 “이제 북한의 핵 포기는 북한 내부에서도 되돌릴 수 없는, 되돌릴 수 없을 만큼 공식화됐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비춰보면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가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어느 정도 접근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같은 판단을 토대로 지난 15일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 측에 제재완화를 검토해달라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전한 것으로 관측된다.

당시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왔다는 판단이 선다면 유엔 제재의 완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촉진해야 한다”며 “마크롱 대통령께서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이같은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

남은 문제는 미국 측이 이를 수용할 지 여부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조건부 폐기 의사를 밝힌 영변 핵 단지의 주요 시설을 폐기·검증하고 여기에 보관된 핵탄두·핵물질을 폐기·반출하는 단계에서 대북제재를 해제하는 방안에 북미가 타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영변 핵 시설 폐기·검증을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단계’로 본 것이다.

이후 비핵화는 평화협정과 북미 국교수립 협상으로 추동하는 방식이다. 문 대통령 말처럼 일정 수준의 비핵화 이후엔 제재 완화로 추가 비핵화를 추동하는 사례에 해당한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비핵화 조치를 돌이킬 수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불가역성’을 인정할 경우 북한의 비핵화 이행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미국이 기술적 비핵화를 완성하기 전 제재를 완화하면 협상력이 떨어져 비핵화를 최종 완성하기 어려워질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4일 ‘폭스 뉴스 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추진력인 경제제재는 풀리지 않는다”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우리가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할 때까지 제재를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