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스타트업 2곳과 기술시연 마치고 공동개발 돌입
현대모비스가 협업하기 시작한 스타트업 제네시스랩의 기술 구현 모습. 인공지능(AI)이 차량 내 카메라를 통해 탑승자의 얼굴, 음성을 분석해 감정을 읽어낸다. 이에 맞춰 음악을 재생하고, 조명을 조절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 제공
자율주행모드를 켜고 운전대에서 손을 뗐다. 동시에 차량의 앞, 뒤, 옆 유리가 모두 스크린 화면으로 변하더니 버즈의 뮤직비디오가 뜬다. 친구 결혼식에 입고 갈 원피스를 주문하기 위해 차량 내 터치스크린을 조작하자 창문스크린이 인터넷 쇼핑 메뉴로 바뀐다. 옷을 고르다 보니 이별의 아픔이 사라졌다. 어느새 입가에는 웃음이 번졌다. 그러자 음악이 저절로 바뀐다. 가수 에일리의 ‘보여줄게’. ‘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나를∼.’
영화 속 미래자동차의 모습이 아니다. 한국의 작은 스타트업이 이미 기술 개발을 상당 부분 마친 것들이다. 현대모비스가 이 스타트업들과 손을 잡았다.
제네시스랩은 인공지능(AI) 기반의 감정인식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음향이나 영상기기를 제어하는데 ‘감정인식 인포테인먼트 제어’라고 부른다. 차량 실내에 달린 카메라가 탑승자의 눈썹, 콧등, 입술 등 얼굴의 특징 70여 개를 우선 인식하고 변화를 감지한다. 동시에 마이크는 탑승자의 목소리, 음성을 분석한다. 이 두 가지 조합으로 사람의 감정을 AI가 읽어낸다. AI는 스스로 학습을 거듭하는 ‘딥 러닝’ 방식으로 작동된다. 경험이 쌓일수록 정확도는 더욱 높아진다.
제네시스랩의 감정인식 기술 성공률은 약 85% 수준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업계의 성공률이 70% 전후인 점을 감안하면 기술력이 매우 높다. 감정인식에 사용되는 데이터 통신량도 경쟁사들보다 90% 이상 줄였다.
얼굴인식 기술은 장기적으로 운전자의 졸음운전을 막거나, 음주운전을 예방하는 안전기술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영복 제네시스랩 대표는 “운전자의 감정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술은 앞으로 시장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링크플로우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웨어러블(입을 수 있는) 360도 촬영장치를 개발한 곳이다. 또 이를 기반으로 한 영상 합성기술, 영상 기반의 온라인 거래 등에 특허를 가지고 있다. 이들이 현대모비스에 제안한 기술은 차량 실내 유리창을 모두 디스플레이로 활용하는 것이다. 앞 유리 화면으로는 인터넷 서핑을 즐기고, 옆 유리에서는 영화가 상영되고, 뒷유리에는 멋진 그림이 수시로 바뀌어 나타나는 식이다. 링크플로우는 손짓으로 기계에 명령을 내리는 ‘제스처 컨트롤’ 기술도 확보했다.
M.스타트 공모전은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말 처음 시작했다. 총 155개 스타트업이 참여해 두 곳이 최종 선정됐다. 두 스타트업은 선정 후 3∼7개월 기술육성 과정을 거쳤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