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집 ‘한번 까불어 보겠습니다’ 펴낸 독립서점 ‘퇴근길 책한잔’ 김종현 대표
독립서점 ‘퇴근길 책한잔’을 운영하는 김종현 씨는 좋은 책이란 “저자와 비교를 통해 나 자신을 정의할 수 있도록 돕는 뾰족한 책”이라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애초에 책방도 아니었고, 지금도 책방인지 잘 모르겠어요. 영화도 틀고, 공연도 하고, 술도 팔고….”
‘퇴근길 책한잔’의 주인 김종현 씨(35)가 서울 마포구 염리동에 책방을 연 건 2015년 4월, 각종 미디어에서 독립서점이 본격적으로 회자되기 이전이다. 지난달 출간된 그의 에세이 ‘한번 까불어 보겠습니다’(출판사 달·사진)엔 마니아들 사이에선 이미 유명한 이 책방의 탄생과 그 뒷이야기가 담겨 있다.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돈이나 성공보다는 내가 재밌고 신나게 소통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책방의 간판이나 메뉴, 책상, 테이블은 ‘이래야 한다’는 정해진 틀이 있는데, 제 책방은 ‘그러지 말아 보자’는 실험이기도 해요. 그래서 이런 곳에 누가 올까, 어떤 사람들이 공감을 할까 기대가 되죠.”
에세이 제목만큼 그의 이력은 좀 독특하다. 멀쩡한 직장을 그만두고 1년 동안 백수로 지내다 “어차피 부자가 되긴 틀린 세상 제멋대로라도 살아보자”고 작정하고 책방을 차렸다. 일명 ‘자발적 거지로 살기’다. 하릴없는 백수가 어느 날 ‘뭘 해 봐야겠다’ 결심하고 가게를 계약하는 장면.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노트북 한 대 갖다 놓고 가구를 하나씩 들여놓는 장면. 전등을 고치다 번쩍하고 전기가 튀는 장면은 애잔하면서도 웃긴, 투박하지만 기억에 남을 한 편의 영화 같다.
현재 그는 많고 많은 책 중에 그가 쓴 에세이를 읽는 사람들이 누군지 궁금해서 자칭 ‘월드투어사인회’를 진행 중이다. SNS로 공지한 시간과 장소에 게릴라로 사람들과 만나는 방식이다. 독립서점 주인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줄 조언 한마디를 부탁하자 “하고 싶으면 해라. 어차피 안 할 사람은 안 한다”는 ‘쿨(Cool)’한 대답이 돌아왔다. 자유로운 그의 책 에필로그엔 이렇게 적혀 있다.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자유를 갖는 게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제가 제일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고, 1년 후에 제가 하는 일은 제가 그때 제일 하고 싶은 일이었으면 합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