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총기박람회 관람객 줄어 한산
“이곳에 없는 무기는 다른 곳에서도 사기 힘들 겁니다.”
2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근교 데일리시티에서 열린 총기 박람회 ‘건 쇼’에 들어서자 한 안내원이 자신 있게 이렇게 말했다. 가지각색의 총과 도검, 총기 관련 물품들이 슈퍼마켓의 상품처럼 진열돼 있었다. 총알을 박스째 구입해 손수레에 싣고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아이를 데리고 나온 부모가 엽총을 만지며 점원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한 총기 판매상은 기자에게 미국 총기 사건 때마다 등장하는 AR-15 소총을 건네주고는 “가볍고 조작하기 쉬워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총기 중 하나”라며 구매를 권유했다.
북적일 줄 알았던 박람회장은 의외로 한산했다. 장총을 전문적으로 파는 데이비드 러셀 씨는 “2, 3년 전보다 손님이 5분의 1 정도는 줄어든 것 같다”며 “총기 규제를 좋아하지 않는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확실히 총기 구입에 대한 열기가 식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총기협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오히려 총기 산업이 ‘트럼프 슬럼프(Trump Slump)’를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에선 총기 규제가 강해질 것이라고 예상될수록 총기를 미리 구입해 총기 판매율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여 왔다. 총기 규제에 미온적인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언제든 총을 구입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구매를 미루고 있다는 얘기다.
총기 판매량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총기 구입 신원조회 건수를 살펴보면 총기 규제에 적극적이었던 오바마 정부가 출범한 2009년부터 신원조회 건수가 치솟다가 지난해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자 하락세로 돌아선 것을 알 수 있다.
실리콘밸리=황규락 특파원 rock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