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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의 TNT 타임]“너무 자랑스러워요” 원조 테니스 스타 전미라가 본 코리아오픈 우승

입력 | 2018-09-25 20:15:00


“후배들이 너무 자랑스러워요,”

미녀 테니스 스타로 이름을 날린 전미라(40)는 마치 자신의 일이라도 된 듯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한가위 연휴 기간 끝난 국내 유일의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코리아오픈 여자 복식에서 최지희(23·NH농협은행)와 한나래(25·인천시청)가 정상에 오른 것을 두고 한 얘기였다.

한국 선수가 WTA투어 여자 복식 우승을 차지한 것은 전미라와 조윤정이 2004년 이 대회에서 처음 달성한 뒤 14년 만의 일이다. 전미라는 코리아오픈 1회 대회 때 챔피언에 올라 한국 테니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전미라 조윤정 이후 한국 여자 테니스는 오랜 부진에 허덕이고 있었다.

2004년 코리아오픈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WTA 복식 우승 차지한 전미라와 조윤정

전미라는 “한국 여자 테니스가 많이 침체돼 있다. 메이저 대회 본선은 고사하고 예선도 뛰는 선수가 거의 없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미라는 주니어 시절부터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1994년에는 윔블던 주니어 여자단식 결승에 올라 마르티나 힝기스에게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당시로선 한국 테니스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전미라 이후 김선용 정현 등이 메이저 대회 주니어 부문 단식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뒀지만 한국 여자 테니스에선 이렇다할 기대주를 찾기 힘들었다.

2006년 코리아오픈에서 재회한 전미라와 마르티나 힝기스,

전미라는 “내가 갖고 있는 기록 가운데 깨지지 않았던 게 윔블던 준우승과 코리아오픈 복식 우승 두 가지였다”며 “진작에 깨졌어야 했는데 이번에 한 가지가 이뤄졌다.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선배로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이번에 우승을 거둔 후배들을 향한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결승은 비록 싱겁게 끝났지만 대회 기간 비가 내려 스케줄이 안 좋았고, 2번 시드와 3번 시드 상대를 꺾은 건 단순히 운이 아닌 실력이었어요.”

전미라는 “후배들이 내 기록보다 훨씬 좋은 기록들을 세워 한국 여자 테니스 위상을 높여주면 좋겠다”며 “단식에서도 남의 잔치가 아닌 우리 잔치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 여자 테니스가 오랜 슬럼프에 빠진 반면 일본은 2018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오사카 나오미가 단식 챔피언이 됐다. 오사카에 앞서 중국의 리나도 메이저 대회에서 두 차례 단식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한국 선수와 비슷한 신체조건을 지닌 중국, 일본 선수들의 선전은 큰 자극이 돼야 한다는 게 전미라의 말이다.

프랑스오픈 홍보대사로 활동하던 전미라와 윤종신 부부.

전미라는 “주니어 선수들에게 보다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10년 이상 중점적으로 관리하고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6년 인기 방송인 윤종신과 결혼한 뒤 1남 2녀를 둔 전미라는 은퇴 후에도 잡지사 기자, 해설가, 홍보대사 등 테니스와 다양한 방식으로 인연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한 테니스 클럽에서 주말마다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