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 지역서 군사훈련… 반미 대형콘서트 열어 회원 모집 러, 은밀히 극우성향 단체 지원설… 美-유럽국가들, 영향력 확대 경계
러시아의 ‘친푸틴파’ 모터사이클 단체 ‘밤의 늑대들’은 5월 소련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을 기념하며 체코 프라하 도로를 질주했다. 사진 출처 유로뉴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슬로바키아 지부는 돌나크루파 지역에 기지를 세우고 낡은 탱크를 이용해 젊은이들을 상대로 군사훈련을 벌였다. 이에 반발한 슬로바키아 정치인과 지식인 200여 명은 올해 7월 밤의 늑대들을 추방해 달라는 청원에 서명했다. 안드레이 키스카 슬로바키아 대통령까지 나서 “(해당 기지가)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에 대한 안보 위험을 안겨 주었다”고 비판했다.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에 러시아 국기(혹은 차르 시절의 러시아기)를 달고 질주하는 모습으로 상징되는 밤의 늑대들은 단순한 오토바이족이 아니다. 최근 러시아 주변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 사이에선 친러시아 정치색이 강한 이들을 경계하고 있다.
밤의 늑대들이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 시선을 끈 것은 2014년부터다. 밤의 늑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 지역 병합을 강행했을 당시 우크라이나 내 분리주의자를 모집하고 지원하는 등의 역할을 해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됐다. 2015년부터는 매년 소련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을 기념한다며 유럽을 횡단해 독일 등 주변 국가의 반발을 사고 있다.
러시아가 밤의 늑대들뿐만 아니라 극우 성향의 민간단체를 은밀하게 지원하며 유럽 여러 나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마이클 카펜터 펜바이든센터 외교안보 수석 디렉터는 최근 미국의 시사잡지 애틀랜틱 기고에서 러시아 정부가 유럽 내 스킨헤드 조직, 시스테마(러시아 특수부대 격투무술) 클럽, 축구 훌리건 등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러시아가 주변부 우파 혹은 젊은 극우를 지원해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통로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