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아 도쿄 특파원
그는 어떻게 역대 최장수 총리 자리를 넘보게 됐을까. 우선 꼽히는 것은 ‘아베노믹스’로 집약되는 호경기다. 아베노믹스에 대해 착시효과라는 지적도 적지 않지만, 각종 지표는 확실히 개선됐다. 젊은층은 취업률이 오르니 만족하고 현역 세대와 노년층은 자신의 연금에 직접 영향을 주는 주가 상승이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직전 민주당 정권 3년여 동안 겪은 혼란도 일본인들의 마음을 현상 유지에 쏠리게 한다. 그런 혼란을 다시 겪느니 스캔들이나 거짓말, 심지어 어느 정도의 독재조차 감내할 만하다는, 일종의 타협심리가 작동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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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관저는 2014년 내각인사국을 출범시켜 관료들의 인사권마저 장악했다. 국회의원들은 공천과 인사 때문에, 관료들은 자리 때문에 정권을 향한 각종 ‘손타쿠(忖度·알아서 기기)’에 열을 올린다. 비근한 예는 이번 총재선거전에서도 보였다. 아베 총리는 경쟁자인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과의 토론을 가급적 피하고 싶어 한다. 자민당은 마침 홋카이도 강진이 발생하자 선거운동 기간 2주일 중 첫 3일을 ‘선거운동 자숙기간’으로 정했다. 그 뒤 아베 총리는 4일간 러시아 방문으로 자리를 비웠으니 근 1주일 공백기간이 생겼다.
‘분신’처럼 손발이 척척 맞는 이들을 결속시키는 아베 총리의 비결은 뭘까. 적당히 무른 성격, 친구를 챙기는 신의, 독선적이거나 권위적이지 않은 점 등이 꼽힐 것 같다. 일본 최고 정치 명문가의 ‘도련님’이란 성장배경 덕인지 뒤틀린 시기, 질투심도 별로 없어 보인다. 특히 한번 ‘내 편’이 된 사람들을 신뢰하고 확실하게 챙긴다는 점은 ‘같은 편’ 입장에서는 엄청난 ‘미덕’이다.
범아베 지지자들의 이해관계는 ‘지금 이대로’에 있다. 하지만 그게 언제까지냐는 질문에는 아무도 답을 못 한다. 무엇보다 호황을 떠받쳐주는 양적완화 정책이 조만간 출구를 찾아야 할 상황이다. 일본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230%까지 부풀어 올랐지만 소비세 2% 증세조차 어려울 정도로 민간소비의 체력은 불안하다. 결국 지금 일본이 구가하는 경기는 미래 세대의 빚을 늘리는 가운데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아베의 사람들’은 모두가 고령이다. 아베 임기가 3년 더 이어진다면 일부는 80세를 넘기게 된다. 아무리 ‘100세 시대’라 해도 이들이 언제까지 ‘지금 이대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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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가 진행된 사회에서는 정치가 노년층의 표심을 의식해 움직이는 ‘실버 민주주의’가 문제가 된다. 모르는 사이 젊은 세대에는 빚더미만 남은 미래가 기다릴 수 있다.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되는 한국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서영아 도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