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또 찾아온 메르스]방역체계 나아졌지만 허점 여전
○ 휠체어 타고 검역대 무사통과
질병관리본부 박기준 검역지원과장은 “앞으로는 여행객의 불편과 민원을 감수하더라도 중동지역에서 돌아오는 모든 여행객의 설사와 구토 증상까지 전부 걸러내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 개인택시 타고 이동
A 씨는 오후 5시 38분경 검역대를 통과한 뒤 공항에서 리무진형 개인택시를 타고 삼성서울병원으로 향했다. 지인이 이 병원 의사로 있었기 때문이다. A 씨가 집으로 가지 않고 마침 삼성서울병원을 찾아간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삼성서울병원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가장 많은 병원 내 감염자(91명)를 내는 바람에 병원 문을 닫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과까지 했던 곳이다. 이후 다른 의료기관보다 더 엄격한 방역 체계를 갖췄다.
A 씨가 오후 7시 22분경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의료진은 그를 메르스 의심환자로 간주하고 일반 환자가 이용하지 않는 출입구를 통해 음압격리실로 옮겼다. 이어 오후 9시 34분 질병관리본부에 A 씨를 메르스 의심환자로 신고했다. 이 때문에 병원에서 A 씨를 접촉한 사람은 의료진 4명에 그쳤다. 2015년 ‘학습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 8시간 늦게 메르스 ‘주의’ 안내문자 도착해
국립검역소는 중동지역 여행객이 입국하면 메르스 의심증상이 있든 없든 메르스 ‘주의’ 안내 문자메시지를 발송한다. 하지만 A 씨는 이 문자메시지를 8일 오전 1시 34분에 처음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지 8시간이 지난 후였다. 삼성서울병원이 질병관리본부에 A 씨를 메르스 의심환자로 신고한 시간(7일 오후 9시 34분)보다도 4시간이나 늦었다.
이는 현행 시스템상 검역관이 입국자의 정보를 전산에 일일이 입력해야 문자메시지가 발송되기 때문이다. 검역 업무가 몰려 전산 입력이 늦어지면 문자메시지 발송도 지연된다. 전자검역심사대(입국자 정보를 자동으로 스캔하는 장비)를 거치면 실시간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지만 A 씨가 입국한 10번 게이트에는 이 장비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