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커레이드 나이트/히가시노 게이고 지음·양윤옥 옮김/556쪽·1만4800원·현대문학 ◇살인의 문 1, 2/히가시노 게이고 지음·이혁재 옮김/364쪽, 352쪽·각 1만4800원·재인
히가시노 게이고는 여러 면에서 놀랍다. 기계나 자판기도 아니고. 작품을 쏟아내는 속도도 엄청나지만, 품질도 딱히 떨어지질 않는다. 물론 불만이 없을 순 없겠지만, ‘매스커레이드 나이트’와 ‘살인의 문’ 역시 읽는 맛이 근사하다. 이쯤 되면 괜한 질투도 사치인 듯. 게티이미지뱅크
마침 두 책이 하루 간격으로 출간돼 하는 얘기만은 아니다. 꽤 오랫동안 국내 일본문학의 인기는 이런 구도였다 봐도 무방할 정도다. 무라카미 하루키 등 쟁쟁한 작가들을 폄하할 의도는 없다. 하지만 히가시노가 쌓은 성벽은 그만큼 압도적이다.
출판사들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비밀’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작품은 60여 종. 특히 제134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용의자 X의 헌신’이 큰 반향을 일으킨 뒤 10년 넘게 기세가 꺾일 줄 모른다. 최근 100만 부를 넘어선 ‘나미야 잡화점의 비밀’이 아니어도 “제일 실적이 떨어지는 작품도 3만 부 이상은 나간다”고 한다.
‘살인의 문’은 굳이 따지자면 심리소설이다. 주인공 다지마 가즈유키는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일생 고달프다. 괴롭힘도 어찌나 많이 당하는지. 그러다 보니 ‘살의’를 느낀 적도 꽤 많다. 그리고 그 주위엔, 항상 ‘친구’ 구라모치 오사무가 있다.
반면 ‘매스커레이드 나이트’는 산뜻한 수사물이다. 살인사건을 쫓는 얘기에 산뜻하다 해서 미안하지만, 그만큼 깔끔하고 야무지다. 이미 1편 ‘매스커레이드 호텔’과 2편 ‘매스커레이드 이브’가 국내에서 약 13만 부가 팔린 인기 시리즈인지라, 이번에도 반응이 뜨거울 터. 일본에선 3편이 지난해 나왔는데 도합 300만 부를 돌파했단다.
특급호텔을 배경으로 경시청 형사 닛타 고스케와 호텔리어 야마기시 나오미 콤비가 보여준 케미는 이번에도 명불허전. 예고 살인을 쫓는 재미가 맛깔스럽게 펼쳐진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