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미국 할리우드에서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행이 폭로되며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시작된 지 약 1년. 현재 상황을 요약해 보자면 이렇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미투 운동이 원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미투 운동이 비로소 본질을 찾아 가고 있다는 긍정론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추방됐다가 돌아온 가해자는 미국의 유명 코미디언 루이 CK(51)다. 지난달 28일 뉴욕타임스(NYT)는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돼 코미디 극장에서 하차한 루이 CK가 다시 무대에 오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루이 CK는 코미디언 등 여성 5명으로부터 성추행 사실을 폭로 당한 뒤 잘못을 시인하고 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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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엔 유명 철학자인 아비털 로넬 뉴욕대 교수(66·여)가 남성 제자 님로드 라이트먼(34)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라이트먼은 자신이 거절 의사를 보이면 로넬 교수가 함께 연구하기를 거부하는 등 불이익을 가했다고 주장하며 교내 성평등법 위반 혐의로 로넬 교수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미투 운동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낙관론도 있다. 그동안의 미투 운동이 ‘가해자 남성과 피해자 여성’이라는 구도에서 성별 간 대결 양상을 띠었다면, 이제는 성별 장벽을 넘어 ‘권력형 성범죄 고발’이라는 본질에 더욱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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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미국의 위기관리 컨설팅업체 테민이 올해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성폭력 혐의가 제기된 인물들 중에서 해고나 보직이동 등 후속 조치가 이뤄진 비율은 지난해 10월 20%대에서 꾸준히 증가해 올해 5월 38%까지 상승했다. 보고서는 “권력형 성폭력이 폭로에 그치는 게 아니라 가해자 처벌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채은 chan2@donga.com·구가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