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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선 ‘빌린 배’ 레이스… 단일팀, 단결력도 금메달

입력 | 2018-09-04 03:00:00

아시아경기 태극전사 뒷얘기




양궁 여자 단체전의 금메달 주역인 신예 이은경(왼쪽 사진 왼쪽)과 동명이인인 원조 신궁 이은경 한국 선수단 부단장이 손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말년 병장’ 김준호(오른쪽 사진)는 남자 펜싱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전역일이 약 한 달 빨라졌다. 자카르타=이헌재 기자 uni@donga.com·뉴시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가 16일간의 열전을 마치고 2일 막을 내렸다. 대회 안팎의 잘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들을 소개한다.

○ ‘남의 배’로 딴 단일팀 금메달

지난달 21일 팔렘방으로 건너온 드래건보트(용선) 여자 남북 단일팀 선수들은 대회 조직위가 제공한 배를 타야 했다. 각국에서 배를 옮겨 오기가 쉽지 않아 모든 출전국이 똑같이 빌린 배로 레이스에 나섰다.

이 배를 처음 타본 단일팀 선수들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에서 연습했던 배보다 폭이 넓고, 발 받침대 길이도 짧아 제대로 힘을 쓸 수 없었기 때문. 하지만 단일팀 선수들은 배를 몸에 맞추는 대신 몸을 배에 맞췄다. 합심해서 짧은 적응 훈련을 마친 단일팀은 지난달 25일 200m에서 동메달을 딴 뒤 26일 500m에선 금메달까지 땄다.

○ 병장과 이병의 엇갈린 운명

아시아경기 금메달리스트는 ‘병역 혜택’을 받는다. ‘말년 병장’ 김준호(22·상무)도 예외가 아니다. 남자 펜싱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딴 김준호는 당초 10월 전역 예정이었으나 이번 금메달로 제대가 약 한 달 당겨졌다. 반면 같은 상무 소속의 ‘이병’ 이우석(21)은 양궁에서 금메달 없이 은메달만 2개 따 군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상무에 팀이 없어 현역 입영 영장을 받아놓고 있던 김진웅(28·수원시청)은 정구 개인, 단체 2관왕에 오르며 입대 20일을 남겨두고 군 문제를 해결했다.

○ 자카르타의 두 은경이

“예쁜 은경이 덕분에 제 이름도 자주 나와서 좋네요.” 대한민국 선수단 부단장 자격으로 자카르타에 온 이은경 현대백화점 양궁단 감독(46)은 신예 이은경(21·순천시청)의 손을 잡으며 밝게 웃었다. 최근까지 ‘양궁 이은경’ 하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그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았다. 앞으로는 이번 대회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딴 어린 이은경의 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수 이은경은 “어릴 때부터 롤 모델이던 감독님처럼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했다.

○ 승리를 부르는 빨간 팬티

태권도 겨루기 남자 80kg급에서 은메달을 딴 이화준(22·성남시청)이 부적같이 여기는 승리 징표는 ‘빨간 팬티’다. 중학교 3학년 때 어머니가 사온 ‘그 팬티’를 입은 날 유독 결과가 좋았다. 국내 2인자이던 그는 그 팬티를 입고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했다. 결승전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진 그는 펑펑 울면서 “오늘도 입었다”고 했다. 이화준은 “올림픽 때도 입고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했다.

○ 팔렘방의 한류 스타

자카르타와 공동 개최 도시였던 팔렘방에선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한류 스타’가 될 수 있었다.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원래 좋았던 데다 때마침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현지에서 방영되면서 한국 사람의 인기가 급상승했다고. 취재차 팔렘방을 찾은 본보 기자도 한 젊은 여성으로부터 “한국인은 태어나서 실제로 처음 본다. 함께 사진 찍자”는 요청을 받았다.

○ 진짜 평양냉면은 언제쯤

자카르타 시내 한 호텔에 문을 연 북한 올림픽회관은 평양 옥류관 냉면을 판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한국 관계자들 사이에서 ‘핫 플레이스’가 됐다. 평양 옥류관 주방장이 직접 와서 만든다고 선전했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물자가 제대로 도착하지 않아 메밀면이 아닌 밀가루 소면으로 만든 것. 안내원은 “내일 제대로 된 면이 도착한다”고 했지만 내일도 모레도 같은 냉면이 나왔다.

자카르타=김배중 wanted@donga.com·임보미·이헌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