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사물/조경란 지음/304쪽·마음산책·1만3500원
“소설 쓰기란 결국, 하찮은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거나 진지한 것을 하찮게 생각하기 둘 중 하나다.”
7년 전 ‘백화점’을 소재로 장소와 물건, 사람, 역사, 자본주의 소비문화, 그에 대한 경험과 성찰을 다룬 에세이를 발표해 호평을 받은 저자가 이번엔 일상의 사물들을 탐구했다. 지난해 8월까지 1년 동안 동아일보에 연재됐던 글들을 다듬고 새로운 이야기를 추가해 단행본으로 묶었다.
그래서인지 글을 읽다 보면 저자의 지긋하고 애정 어린 시선이 느껴진다. 여행지에서 방문한 카페, 호텔, 바에 들를 때면 집어오곤 했다는 성냥은 전화번호나 지도, 가게 상호명이 적혀 있어 유용하다. 기념품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작고 예쁜 현대의 것과 달리, 저자의 어린 시절을 장식한 것은 방구석에 놓인 팔각형 모양의 UN 성냥갑이었다. 내복바람의 세 자매가 이불 아래서 그어보다 불을 내 ‘아름답고 치명적인 것의 위험성’을 가르쳐 준….
저자가 주목한 사물엔 에코백이나 선글라스, 와인 코르크와 같이 사소하지만 흔히 볼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연필이나 지우개, 타자기처럼 이제는 옛날 물건처럼 여겨지는 것도 있다.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것으로부터 시작된 생각 꼬리들이 매우 흥미롭다. 읽는 내내 그 많은 생각들을 잘 이어내는 글쓴이의 능력과 재능에도 새삼 감탄하게 된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