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씨를 더 황당하게 만든 건 ‘온라인 암표상’들의 글이었다. 예매 시작 30분도 채 안 돼 인터넷에 “R석을 1장에 30만 원에 판다. 여러 장을 사면 붙은 좌석으로 주겠다”는 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잠시 후에는 R석의 가격이 50만 원까지 치솟았다. 조 씨는 “돈벌이를 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표를 정가보다 몇십만 원 비싸게 사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라이온킹’뿐 아니라 인기가 있는 주요 공연을 예매할 때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공연 애호가들은 이들을 ‘플미충(프리미엄+벌레 충)’이라 부른다. 자동 클릭 프로그램인 ‘매크로’ 등을 이용해 예매 시작과 동시에 표를 여러 장 구해놓은 뒤 웃돈을 얹어서 파는 이들을 비하한 표현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재주는 공연단이 넘고 돈은 플미충이 번다” “얼마나 돈 벌 능력이 없으면 그렇게 사냐” 등 비난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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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온라인 암표상들은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 최근까지 온라인 암표상이었던 양모 씨(23·여)는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했는데 돈이 잘 벌리다 보니 계속하게 됐다”고 했다. 명당자리는 정가에 수십만 원을 얹어 팔았고, 공짜 표를 15만 원에 판 적도 있다고 했다. 양 씨는 “클릭 몇 번에 해외여행 경비가 벌리니 잘못된 행동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온라인 암표상을 처벌해 달라”는 청원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현장에서 암표를 파는 것은 경범죄로 처벌할 수 있지만 온라인 암표상을 처벌할 법 조항은 없는 실정이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이 올해 1월 온라인 암표 매매 행위에 과태료를 최대 1000만 원 부과하는 공연법과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