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양궁 네마티 끝없는 도전… 보통 선수와의 경쟁 자체가 기적 “2020도쿄올림픽도 나가고 싶다”
이란의 국민 영웅 자라 네마티가 24일 양궁 리커브 라오스와의 혼성전 경기 도중 밝게 웃고 있다. 휠체어를 탄 여궁사인 그는 유일하게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와 장애인 아시아경기에 연속 출전한다. 자카르타=김동주 기자 zoo@donga.com
21일 열린 여자 리커브 개인전 예선에서 그는 622점을 쏴 31위에 올랐다. 32강전과 16강전을 연이어 통과했지만 8강전 경기 개시 시간을 착각하는 바람에 기권패를 당했다.
24일 혼성전에서도 8강까지 진출한 뒤 강호 일본 선수들에게 0-6으로 완패해 아시아경기 일정을 마감했다. 경기 후 그는 10분 넘게 눈물을 흘렸다. 동료들이 등을 두드리며 위로했지만 패배의 아픔을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든 듯 보였다.
이번 대회에서 네마티의 경기 방식은 보통 선수들과는 조금 달랐다. 양궁 규정상 활을 쏜 뒤에는 사선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만 휠체어를 탄 그는 오른손을 번쩍 들어 심판에게 활을 쏜 사실을 알렸다. 점수 확인도 직접 과녁에 가지 않고 망원경을 통해서 했다. 이는 장애인 양궁 경기 방식에 따른 것이다.
비록 메달을 따진 못한 채 아시아경기를 마무리했지만 그의 도전은 계속된다. 9월에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장애인 아시아경기다. 그는 유일하게 아시아경기와 장애인 아시아경기를 함께 뛴다.
양궁을 통해 장애와 비장애의 장벽을 허문 그는 이란에서는 국민 영웅으로 대접받는다. 학생 시절 엘리트 태권도 선수였던 그는 18세이던 2003년 이란 지역에 일어났던 대지진 때 교통사고를 당해 두 다리를 움직일 수 없게 됐다. 사고 후 2년간 상실감에 빠져 아무것도 못하던 그는 양궁을 접한 뒤 새 인생을 걷게 됐다.
네마티는 2012년 런던 패럴림픽 양궁에서 금메달을 따며 이란 선수로는 최초로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2016년에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동시 출전했다. 올림픽에서는 개인전 33위를 차지했고, 패럴림픽에서는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는 리우 올림픽 때 이란 선수단 기수를 맡기도 했다. 2017년에는 세계양궁연맹 올해의 선수로도 선정됐다.
자카르타=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