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사격 중 점수 표시 안됐지만… 심판, 충분한 시간 안주고 강행 결국 평정심 잃고 ‘유종의 미’ 실패
장내 아나운서가 출전 선수를 소개하며 경기의 시작을 알렸지만 진종오는 두 손으로 엑스(X) 표시를 만들며 경기 중단을 요청했다. 그러고는 심판에게 자신의 모니터를 점검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소속팀 KT 관계자에 따르면 심판은 “우리가 사용하는 모니터(전체 선수의 점수가 나오는 모니터)에는 점수가 표기됐다”며 거부했다. 그 대신 모니터 점검을 위해 시사를 한 발만 더 하도록 했다. 대한사격연맹 관계자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통상 국제사격연맹(ISSF)의 규정에 따라 경기를 중단하고 장비를 고친 뒤 선수가 만족할 때까지 무제한 시사를 하도록 해야 한다. 미숙한 대회 운영으로 경기 초반부터 진종오가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사격 대표팀 관계자도 “심판이 경기를 중단하지 않은 것과 추가 시사를 한 발만 하도록 한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가 시작되자 진종오는 평소답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가슴에 손을 댄 뒤 크게 한숨을 쉬고 사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내 그는 들어올렸던 총을 내려놓았다. 표정이 잔뜩 일그러진 그는 다른 선수들이 두 번째 사격을 할 때가 돼서야 첫 사격을 했다. 경기 내내 기복이 심했던 그는 결국 8명의 선수 중 5위(178.4점)로 경기를 마쳤다.
충격을 받은 진종오는 인터뷰 없이 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갔다. KT 관계자는 “진종오가 미숙한 경기 운영 탓에 심리적 리듬이 깨진 것에 많이 억울해하고 있다. 눈물까지 보였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대회는 시설 미비와 허술한 경기 운영으로 혼란을 빚고 있다. 19일 남자 수영에서는 시상식 때 중국(금, 동)과 일본(은) 국기가 떨어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같은 날 남자 배영 100m 시상식에서는 한국 이주호가 동메달을 따 시상대에 태극기가 걸렸으나 좌우가 바뀐 채였다. 20일 펜싱 여자 플뢰레 개인전 예선이 진행되던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는 경기용 조명시설이 모두 꺼져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