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과 국제무대 데뷔전 0-15… 5회 겨우 넘기고 6회 콜드패 “길어야 4년 배운 선수들이 이정도만 해도 대단한 결실”
라오스 야구대표팀의 날로르 그니아투(왼쪽)가 태국과의 경기에서 타격 자세를 취하고 있다. 축구장에 선을 긋고 연습하던 라오스 선수들은 21일 첫 국제대회를 치렀다. 자카르타=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라오스에서는 축구장을 빌려 선을 긋고 연습해야 했기에 라오스 선수들은 이번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한국에서 미니캠프를 차려 전지훈련을 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백방으로 뛴 끝에 경기 화성에서 전지훈련을 한 이들은 고교 명문 덕수고를 상대로 훈련을 하기도 했다. 엘리트 선수들과 훈련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라오스의 국제무대 데뷔전 상대는 태국이었다. 라오스는 태국, 스리랑카와 1라운드 대결을 펼치고 세 팀 중 1위만 아시아경기 본선에 합류하게 된다. 태국은 이번이 6번째 아시아경기 참가다. 신생아나 다름없는 라오스로서는 대선배를 만난 셈이다. 관중 역시 3루 태국 쪽에만 있었다. 라오스 쪽 관중은 라오스 관계자 한 명이 전부였다. 그나마 대회 자원봉사자 몇몇이 드문드문 앉아 휴식을 취하지 않았다면 객석이 텅 빌 뻔했다.
라오스의 선발 투수 피타크 호프코프(18)가 마운드에 올랐으나 너무 긴장해 목과 등에 담이 왔을 정도였다. 호프코프는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두 번째 타자에게 볼넷을 내준 뒤 세 번째 타자를 땅볼로 잡았다.
5회까지 14점을 허용해 5회 콜드게임(5회까지 15점 차)은 겨우 면했지만 버티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6회초 공격을 삼자범퇴로 마친 라오스는 6회말 상대 선두타자에게 3루타를 허용했고 곧바로 적시타가 터졌다. 라오스의 공식 국제무대 데뷔전은 그렇게 ‘15-0’ 6회 콜드패로 끝났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콜드패를 당한 선수들에게 “정말 잘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1회가 안 끝날 줄 알았다. 이제 야구를 길어야 4년 한 선수들이다. 우리도 야구가 처음 들어와 자리 잡기까지 20∼30년이 걸렸다. 6회까지 15-0으로 진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라오스가 1승이라도 거두면 라오스 도심에서 팬티만 입고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선언한 이 부회장은 경기 후 “제발 벗고 싶은데 안 도와준다. 내일 스리랑카전도 쉽지 않겠지만 도전해보겠다”며 웃었다.
자카르타=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