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전’ 30주년 앞두고 100회 한정 공연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연습실 풍경. 배우들은 오디션에 붙은 뒤에도 극에 등장하는 90개 역할 리딩을 다 해보고 나서야 각자의 특성에 따라 최종 배역을 배정받았다. 배역에 최적화된 배우들의 연기는 연습실에서도 빛을 발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배우들이 벗어둔 신발로 입구가 가득 찬 서울 대학로의 작은 연습실. 연출팀 신호에 따라 오프닝 송 ‘6시 9분, 서울역’을 부르는 선녀(장혜민)의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희뿌연 하늘, 이슬 머금은 바람… 뜬눈에 새고 달려왔네… 이른 아침, 이 낯선 도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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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여기서 동선이 엉키는 걸 해결하고 가자. 삐끼는 계단 앞까지 오고, ‘문디’는 어느 쪽에서 나올 거지? 선녀는 노선도를 본다든가 하며 뭔가를 하고 있어야 해.”
1990년대 서울에 사는 서민들의 삶을 풍자적으로 그려낸 ‘지하철 1호선’. 15년간 장기 공연하며 배우 황정민(앞줄) 설경구 조승우(뒷줄 오른쪽) 등 수많은 스타를 배출했다. 학전 제공
‘지하철 1호선’은 배우에겐 만만치 않은 작품이다. 출연자 11명이 90개 배역을 소화해야 하는 데다 ‘원 캐스트’라 엄청난 체력과 순발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배우들은 열정이 넘쳤다. 연출가 김민기 학전 대표가 연습시간을 하루 8시간 내로 제한했는데, 몰래 따로 모여 연습할 정도란다. 배우 장혜민은 “하나의 목표로 똘똘 뭉친 순수한 동료들을 보면 정말 ‘학전 스타일’이란 게 있긴 있구나 싶다”며 “워낙 출중한 선배들이 많이 거쳐 간 작품이라 책임감이 크다”고 말했다.
오랜만의 재공연이지만 각본은 외환위기 상황이 담긴 1999년 버전을 그대로 쓴다. 1995년 2회 오디션 배우 출신인 김은영 조연출은 “명작은 시대를 뛰어넘는 보편성이 존재한다고 믿는다”며 “힘들어도 꿈이 있던 그 시절에 관객들도 호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들도 대부분 20, 30대지만 “서울 풍경은 달라졌어도 삶의 애환은 동일하다”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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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히고 차 떠난다. 뒤로 물러서! 뒤차를 타래. 또 밀려났고 기다려야만 하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 문 바깥까지 들리는 배우들의 힘찬 노랫소리가 다시 달릴 ‘지하철 1호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9월 8일∼12월 30일 서울 종로구 학전블루소극장. 6만 원.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