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포항행 열차 천장서 연기-불꽃… 해당 객차만 비운뒤 그대로 운행 운행제외-열차대체 규정 안지켜
서울발 포항행 고속철도(KTX) 객실에서 주행 중 불이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안전규정상 해당 객차를 운행에서 제외해야 하지만 서울로 돌아오는 상행선에도 그대로 투입했다.
17일 철도업계와 코레일 등에 따르면 16일 낮 12시 40분 서울을 출발한 포항행 KTX 463편 열차가 대전역을 지나 동대구역을 향하던 오후 2시경 15호차 천장에서 연기가 나고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이를 본 승객들이 객차 내 인터폰으로 승무원에게 신고했고, 불안감을 느낀 일부 승객은 소화기를 들고 불을 끄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열차팀장 등은 조명 소켓에 불이 붙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객차의 전원을 끄고 승객 10여 명을 다른 칸으로 대피시켰다.
코레일 안전규정에 따르면 열차에 화재가 발생하면 가장 가까운 역에 정차한 뒤 대체 열차로 바꾸거나 후속 열차에 승객들을 옮겨 태워야 한다. 또 화재 열차는 인근 차량기지에서 점검 및 수리를 받도록 돼 있다. KTX의 경우 오송역에 대체 열차가 상시 대기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고속으로 주행하는 KTX 특성상 작은 화재 위험이라도 이를 안고 운행하는 경우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안전규정에 따라 대체편을 투입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레일에서 열차 정비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열차를 부산차량기지로 이동시켜 점검해야 하는데 30분 뒤인 상행선 출발시간을 맞추려고 임시 조치만 한 뒤 운행에 투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동대구역에 정차했을 때 화재 원인을 파악했고, 이후 해당 객차의 전원을 차단한 뒤 운행해 안전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해 대체편을 투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약 4분에 불과했던 동대구역 정차시간 동안 화재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에는 “개통 이후 지금까지 쌓아 온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화재 원인이 무엇인지) 느낌이 바로 온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과 같이 열차 화재 등 긴급 안전사고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서는 객실 승무원을 안전업무에서 배제한 현재 근무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는 객차 내 안전업무에 열차팀장만 관여할 수 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