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그때 너무 힘들었어/케이티 해프너 지음·홍한별 옮김/360쪽·1만4800원·행성B
오랜 시간 떨어져 있다가 갑자기 한집에 살게 된 이 모녀는 서로에 대한 감정이 좀 복잡하다. 어린 나이에 덜컥 부모가 돼버린 탓에 본의 아니게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엄마는 한창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딸에게 상처를 준 전력이 있다. 장성한 딸은 세월로 상처를 봉합하고 가족이란 이름으로 용서했다고 믿었다. 그러나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되면서 “티끌만큼도” 이를 극복해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머니는 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이 어색하고 고통스러운 순간에, 나도 더 할 말이 없다. …어머니 마음속에서는 이 문제가 이미 끝난 일인지 몰라도 내 마음에서는 아니다.”
“어머니 말끝이 흐려진다. 어머니가 나도 같은 말을 하기를 기다리는 걸 안다. ‘나도 사랑해요.’ 내가 대답한다. 망설임 없이.”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