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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갈망과 갈등 사이, 엄마와 딸의 관계

입력 | 2018-08-18 03:00:00

◇엄마, 나 그때 너무 힘들었어/케이티 해프너 지음·홍한별 옮김/360쪽·1만4800원·행성B




“내 마음속에는 늘 어머니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내가 세상에서 무엇보다 간절하게 원한 것은 어머니의 관심이었다. …이제 막 손에 잡았다고 생각했을 때 어머니는 빠져나가곤 했다.”

오랜 시간 떨어져 있다가 갑자기 한집에 살게 된 이 모녀는 서로에 대한 감정이 좀 복잡하다. 어린 나이에 덜컥 부모가 돼버린 탓에 본의 아니게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엄마는 한창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딸에게 상처를 준 전력이 있다. 장성한 딸은 세월로 상처를 봉합하고 가족이란 이름으로 용서했다고 믿었다. 그러나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되면서 “티끌만큼도” 이를 극복해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머니는 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이 어색하고 고통스러운 순간에, 나도 더 할 말이 없다. …어머니 마음속에서는 이 문제가 이미 끝난 일인지 몰라도 내 마음에서는 아니다.”

책에는 16세 손녀와도 아옹다옹할 정도로 철없고 별난 어머니를 딸인 저자가 받아들이는 과정이 섬세하게 담겨 있다. 관계의 공백을 채우고자 했던 바람과 달리 이들의 동거는 실패로 끝난다. 그러나 저자는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디 가더라도 어느 지점에서 어머니와 진정으로 만나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머니 말끝이 흐려진다. 어머니가 나도 같은 말을 하기를 기다리는 걸 안다. ‘나도 사랑해요.’ 내가 대답한다. 망설임 없이.”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